1심 이어 2심도 징역 1년 6개월…"유동적·가변적이면 진실한 양심 아냐"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진정한 양심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최규현 부장판사)는 1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0)씨의 항소심에서 오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씨는 2017년 12월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씨는 평화의 확산을 위해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며 평화주의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은 양심을 가졌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무집행방해, 폭행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행적을 비춰보면 피고인이 폭력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실형을 선고했다.
오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오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세우는 양심은 유동적·가변적이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서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든 폭력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다. 5·18 광주 민주항쟁의 경우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을 폭력행위라고 비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은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목적·동기·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군대 내 비리나 후진적인 군 문화를 병역거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며 "피고인이 문제로 삼는 부분은 가변적이거나 충분히 시정·개선이 가능한 것이므로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4년 만에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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