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서 '카슈끄지 사망에 국제사회 손놓고 있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비밀요원에게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가 미국 의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AP·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가 미 의회를 찾아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프리카·국제보건·국제인권·국제기구 소위원회에 출석한 젠기즈는 터키어로 "왜 세상이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해)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여전히 그가 왜 살해됐는지 알지 못하고 그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며 사우디 내 정치범의 자유를 위해 사우디를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살해된 것은 단지 자말만이 아니다"라며 "그것(살해된 것)은 미국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자말은 워싱턴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했으며, 결혼 후 워싱턴으로 이주할 계획이었다"며 감정에 북받친 증언을 쏟아냈다고 AP는 전했다.
그녀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해 더 강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워싱턴DC에 왔다고 말했다.
또 몇 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을 사상과 인권을 지키는 '요새'라고 칭하며 "이것은 미국을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를 통과할 수 있고 통과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젠기즈의 증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우디 출신으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15명으로 이뤄진 암살조에 살해됐다.
그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해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미 정부는 사우디 정부 최고위층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애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사건 현장 음성 파일 등 증거들이 나오면서 말을 바꿨고, 사우디 검찰은 현장 책임자 등 11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사건의 배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이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 중 상당수도 공개적으로 반감을 표출해왔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사우디와의 동맹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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