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엣가시'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비 1조원 취소

입력 2019-05-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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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엣가시'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비 1조원 취소
민주당 소속 뉴섬 주지사 "법정에서 단호히 지키겠다" 반발
산불예산·이민·환경정책 놓고 트럼프 행정부-캘리포니아 대립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캘리포니아주의 고속철도 건설사업 지원금 9억2천900만달러(약 1조1천억원)를 16일(현지시간) 취소했다고 AP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 철도국(FRA)은 캘리포니아가 자금 지원 합의에서 규정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거나 사업의 진척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원을 취소한 사업비는 고속철도 전체 건설 계획 중 센트럴밸리에서 추진되는 초기 구간 사업비 가운데 정부가 부담할 예산의 약 12분의 1에 해당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지사는 고속철도 사업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며 이미 공사 중인 센트럴밸리 약 170마일(약 273㎞) 구간을 우선 완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올해 2월 표명한 바 있다.
사업비 취소는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린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FRA는 캘리포니아주가 이미 사용한 25억달러를 반환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캘리포니아주는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개빈 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불법적이며 캘리포니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캘리포니아의 돈이며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는 법정에서 이를 단호하게 지킬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는 고속철도 건설에 아무런 통제도 없이, 완공에 대한 희망없이 수십억 달러(수조 원 상당)를 낭비했다"고 트위터에 쓰는 등 사업비 철회를 시사했으며 뉴섬 주지사는 이를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그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결 구도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다.
뉴섬 지사는 올해 1월 취임하자마자 산불 방지 예산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산불 관리에 수십억 달러의 연방 예산을 쏟아부었는데 여전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하자 뉴섬 지사는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일을 하라고 유권자들이 날 이곳에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섬 지사는 "우리 주민의 자유, 생명을 지키고 우리가 마시는 물, 공기도 지켜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나 반환경적인 정책에 맞설 것을 공언하기도 했다.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려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캘리포니아주가 선도해 16개 주 정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제리 브라운 전임 캘리포니아 지사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주(州) 방위군 병력을 배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발했다.
그는 작년에 트럼프 행정부가 메탄가스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메탄 배출 규제 완화는 제정신이 아니고 범죄 행위에 가깝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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