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뇌물과 성 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결국 구속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의 영장 청구 사유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100차례가 넘는 성 접대를 받고 사업가 최모 씨에게 4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범죄 혐의로 적시하지 않은 성범죄와 수사외압 의혹도 수사할 계획이다. '별장 성 접대'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6년 만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물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탄력이 붙은 만큼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김 전 차관은 지난 3월 22일 해외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출국 금지를 당했고 이번 조사 내내 "윤중천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구속심사에선 "윤중천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꿔 자신이 받는 불신을 더욱 키웠다.김 전 차관의 혐의와 추문을 보는 세간의 관심사는 개인의 부도덕과 비리 혐의를 훨씬 넘어선다. 검찰이 6년 전 외압과 '제 식구 감싸기'로 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여론의 의혹이 강하다. 이는 요즘 진행되는 검찰 개혁에서 검찰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는 지난 시대 과오와 직결된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진행한 수사에서 김 전 차관과 윤 씨의 특수강간 혐의를 두 차례 모두 무혐의 처분했으며 뇌물수수 의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고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한 차례 비공개 소환돼 조사받는 데 그쳤다고 한다.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도 그냥 넘어간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충격적인 장면과 사실일 개연성이 있던 의혹을 계기로 진행된 수사가 누가 봐도 석연찮게 흐지부지된 경위를 이제라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6년 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도 전ㆍ현직 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조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꼬리 자르기식 은폐와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재현됐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뿐더러 검찰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은 검찰로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이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거듭나는 계기로 삼길 촉구한다.
김 전 차관 내정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의 수사외압이 있었고 이후 경찰 수사라인이 부당하게 교체됐다는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이는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논란에서도 표출되듯 과거 검찰이 권력에 종속돼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수사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문제 제기와도 관련돼 있다.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오히려 퇴보의 길을 걸은 역사적 경험들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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