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꿈꾸는 20개 스타트업에 17㎡짜리 사무공간 제공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아트앤허그는 한때 불량했던 청소년들의 건강한 진로 찾기를 목표로 지난해 5월 창업했다.
위기 청소년, 그중에서도 보호소·소년원 출신 청소년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예술작품과 식품을 함께 만들어 판다. 남구 대명동에 아트카페 '스폿'도 운영한다.
소년원 등을 나왔으나 범죄환경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에게 진로 논의와 함께 새로운 교육환경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은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소셜캠퍼스 온'에 사무공간을 차렸다.
소셜캠퍼스 온은 대구역 건너편 대우빌딩 10·11층에 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거친 스타트업 20곳이 성장을 꿈꾸는 공간이다.
정식 명칭은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로 아직 예비사회적기업에 진입하지 않았거나, 진입했지만 공간과 성장기반이 더 필요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복권기금 재원을 통해 전국 6곳에 운영하는데, 대구의 경우 중간지원기관인 '커뮤니티와 경제'가 직원 3명을 배치해 위탁 운영한다.
전체 면적은 1천150㎡로 사무공간과 교육장, 회의장 등을 갖췄다. 각 상주기업에 주어진 사무공간은 17㎡ 정도다.
상주기업 가운데 11곳은 이곳으로 사업장 주소지를 옮겼고, 나머지는 본점을 따로 둔 채 사무공간으로 쓴다.
네트워킹, 멘토링 등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도 30곳이나 된다. 어느 정도 기반을 가진 기업들이라고 한다. 판로개척, 홍보, 멘토링, 플리마켓 등 기업 수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김왕의 성장지원센터장은 설명했다.
상주기업 사업 분야는 문화예술, 교육 분야가 각 8곳으로 가장 많고 사회복지, 유통, 제조 등이 각 1곳이다.
대부분 설립 2∼3년, 길어야 5년인 스타트업이지만, 꽤 성과를 내는 기업도 있다.
㈜콰타드림랩은 청년·청소년 진로 및 직무 교육을 통해 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한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일자리를 매칭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 프로그램 위탁 운영, 특강 프로그램 진행 실적이 두드러져 대구시가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최근 공공기관과 연계해 청년·대학생 취업캠프를 운영하며 매출을 늘렸고, 입주 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도 받았다.
㈜드림스처럼 농가에 가격 결정권을 줘 영농비를 보존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있다.
농가 내 유휴 창고를 활용한 물량 공급과 고객 수요에 맞춘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2017년에 2억7천여만원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계획재배 농가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을 기업 임직원 대상 쇼핑몰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주거래처가 수도권이어서 산지에서 상품을 싣고 하루에 700㎞ 배달 길에 나선 적도 많다.
경력단절 여성 인력을 활용해 재난 안전용품을 제작하는 ㈜스마트크리에이터는 수출 계약을 하는 등 꽤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들은 센터 입주로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갖춰 업무에 큰 보탬이 된다고 전한다.
㈜컬처팩토리 아지트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음원서비스업체에 음원을 직배하는 기업으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직접 제작한다.
지난해 트로트 음원 '짠짠짠'과 함께 출시한 뮤직비디오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역 뮤지션을 대중에게 노출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중앙무대 못잖은 음악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뮤지션에게는 음원 등록비를 받지 않는다.
최남욱 대표는 "팀원들과 음악 스튜디오에서 회의하고 서류 작업을 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좋은 환경을 갖춘 사무공간을 확보해 업무 능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셜캠퍼스 온에서는 상주기업과 코워킹 기업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곳이 다른 스타트업 육성 시설과 다른 점은 모든 기업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도모하면서 회사 성장을 꿈꾼다는 점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에서 지속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 사회적 가치와 정부 지원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선한 의지를 유지하면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만큼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입주기업들에 조언했다.
yi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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