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출처 놓고 지리멸렬한 진흙탕 싸움
ITC 증거개시 절차 착수…대웅제약 "미국서 일정 조율 중"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둘러싼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 균주 전쟁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업체 간 감정의 골도 깊게 패고 있다. 같은 절차를 두고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만 설명하는가 하면 연일 언론을 상대로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쳐갔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제소한 상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의 행정명령에 따라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균주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 제출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당초 지난 15일까지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연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 (나보타 균주) 제출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미국 현지 법무법인에 따르면 이달 말쯤 제출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ITC의 증거수집(Discovery, 증거개시) 행정명령을 두고도 두 회사는 자사에 유리한 설명만 내놓으며 업계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보타 균주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 제출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웅제약은 "증거수집 절차는 양사에 적용되므로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지정한 전문가에 균주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메디톡스는 "ITC 행정명령은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에만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찾아와 균주를 받고 싶다고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출 의무가 없으므로) 수락 여부는 전적으로 메디톡스가 결정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마치 양사에 제출 의무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균주 제출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수락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날 선 비방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과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과정에 위법 행위가 의심된다는 의혹에 "제보자가 대웅제약과 결탁한 메디톡스의 과거 직원"이라며 "제보 내용 자체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웅제약은 "전혀 연관성 없는 얘기"라며 "메디톡스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명확히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ITC의 개입으로 두 회사의 보톡스 전쟁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신뢰도 저하,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 판매를 시작했다. 메디톡스 역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임상 3상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지루한 싸움이 이번에는 끝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크다"며 "자칫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이 해소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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