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비도 멈추지 못한 5·18 전야행진…"가자 도청으로"

입력 2019-05-17 20:57  

굵은 비도 멈추지 못한 5·18 전야행진…"가자 도청으로"
우천으로 계획된 행사 제대로 진행 못 해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가자~ 도청으로!"
17일 5·18 전야제가 열리는 광주 동구 금남로에 시민들의 함성이 가득 찼다.
빛바랜 천에 빨간색 글씨로 '적폐청산', '결사항전'을 써놓은 현수막을 앞에 내건 화물트럭이 금남로에 가득 모여있는 수천명의 시민들을 이끌었다.
주최 측은 5천여명의 시민이 이 자리에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금남로5가에서 집결해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금남로를 따라 5·18 최후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방송차에서 나오는 구호에 맞춰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하라", "처벌법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에도 시민들은 흩어지지 않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
어디선가 '님을 위한 행진곡'이 퍼져나오자 이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목청껏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광주일고 3학년 김홍석(18)군은 "학생으로서 민주화를 배워보고 싶어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을 보고 5·18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진 대열이 금남로4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전야 행사가 시작됐다.
경건하게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순간 정적에 빠진 시민들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총소리와 헬리콥터 소리, 기관총 소리에 5월 항쟁 당시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치지 않으면서 주최 측에서 준비한 다양한 재연 행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예정된 주먹밥 나눔 트럭과 태극기 만들기 등이 취소됐고, 시민들이 5·18 당시 여고생이었을 세월호 엄마와 위안부 소녀의 손을 잡고 도청으로 진군하는 퍼포먼스도 하지 못했다.
금남로 구역마다 마련된 행사가 취소되면서 행진 대열은 그대로 옛 전남도청 앞으로 모였다.
태극기를 앞에 단 택시와 버스도 전조등을 켜고 행진 대열을 따라 도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도청 앞 분수대 앞에 모여든 시민들은 5월 항쟁 당시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횃불 시위인 '민족민주화성회'를 마지막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왔다는 장은숙(61) 씨는 "대학 다닐 때 5·18이 발생했는데 그때 제 또래들이 많이 죽었다"며 "산 사람은 조금이라도 그들의 넋을 기려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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