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선거] ⑤反EU·反난민 내세운 정치세력, 돌풍 이어갈까

입력 2019-05-19 07:01  

[유럽의회선거] ⑤反EU·反난민 내세운 정치세력, 돌풍 이어갈까
佛 국민연합 "어게인 2014"…英, 브렉시트당 여론조사서 1위
伊 '동맹', 극우·포퓰리스트정당 연대 주도·별도 교섭단체 추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최근 몇 년간 유럽 정치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반(反)유럽연합(EU)·반(反)난민을 내세우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이 지지기반을 넓히며 돌풍을 이어갈지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한 유럽 난민 위기 이후, 또 지난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다.


난민 위기는 유럽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을 폭발적으로 퍼뜨렸고, 브렉시트 결정은 EU 내부에서 움터온 반EU 정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유럽의회 선거결과는 난민사태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EU·반난민의 표심은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미 나타났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이 26%의 '기록적인' 득표를 얻어 프랑스 몫 유럽의회 의석 74석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4석을 차지했다.

또 영국에서는 당시까지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한 군소정당이었던 영국독립당(UKIP)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29%의 득표율로 1위에 올라 100년 넘게 유지돼온 보수·노동 양당체제를 뒤흔들었다.
이후에도 반EU, 반난민을 표방하는 정당들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이어졌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 52%, 반대 48%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가결은 EU는 물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EU는 제2, 제3의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체 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영국은 당초 지난 3월 29일 EU를 탈퇴할 예정이었으나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아 브렉시트를 오는 10월말까지 연기하는 등 브렉시트 돌파구 찾기를 놓고 대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어떤 표심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브렉시트 해법 찾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UKIP 대표를 지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신생 브렉시트 당이 34%의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올라 이번 유럽의회선거에서도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브렉시트 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며 영국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떤 국제기구 가입이나 조약 체결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반EU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NR, 국민전선의 후신)이 '어게인 2014'를 기대하고 있다.
르펜은 이미 지난 2017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결선에 진출하며 더 확대되고 확고한 정치자산을 과시한 바 있다.
국민연합은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더는 주장하지 않는 등 반EU 메시지는 톤다운했으나 여전히 난민에 대해선 강경한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 2014년 7%의 지지율로 유럽의회 의원 7명을 당선시킨 데 이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AfD는 지난 2017년 9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13%의 지지를 얻어 제3당으로 원내에 처음 진출하는 등 '이변'을 낳으며 세력을 키워왔다.
이탈리아에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이 유럽에서 반난민·반EU를 내세우는 극우·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맹은 작년 3월 총선에서 크게 약진한 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EU 주요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았다.
또 최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는 다른 EU 회원국의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세력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실시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선 극우 자유당이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집권에 성공했고, 작년 4월 헝가리 총선에선 EU의 난민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4선 고지에 올랐다.
작년 6월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슬로베니아 민주당이 '반난민'을 기치로 내세워 제1당이 됐다.
북유럽에서도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9월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제3당으로 약진하며 캐스팅보트를 거머쥐었고,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선 '핀란드인당'이 중도 좌파인 사민당보다 한 석 적은 39석을 얻어 1당에 맞먹는 2당이 되며 세를 과시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과 덴마크의 국민당, 폴란드의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 등이 난민 문제를 비롯한 EU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번 유럽의회선거에서 세력 확산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반EU·반난민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 이들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번 선거 후 유럽의회 내에서 독자적인 정치그룹을 구성해 별도의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을 모색하고 있어 유럽의회 내 제1, 2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 그룹(EPP)과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당 그룹(S&D)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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