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해졌다가 트럼프 행정부서 부활…철강에 이어 자동차 타깃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를 매길지를 정하는 데 근거가 된 법 조항은 무역확장법 232조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법 조항은 미국이 소련과 첨예하게 대치하던 1962년 만들어졌다.
반대 진영 국가에 경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미국이 1980년대 초반 이란과 리비아에 석유 금수 조처를 내린 것을 마지막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보호무역주의의 수단으로서 부활시켰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으로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철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지난해 3월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은 3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대신 관세에 대한 국가 면제를 받았다.
미국은 한국 등 관세 면제를 위해 쿼터를 수용한 국가들에는 품목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가 마음을 돌리면서 철강 대미 수출에도 숨통이 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30일 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철강 쿼터와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 쿼터에 대해 미국 산업의 상황에 따라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은 다음 타깃으로 자동차를 지목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동차는 철강보다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긴장 속에서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을 통해 내놓은 포고문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산 차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에 관한 언급 없이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 최근에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면서 "이들 협정이 시행되면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했던 면제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6개월 뒤 미국의 자동차 관세 결정에서는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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