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납품 때 뒷돈 주고 담합 통해 최대 8배 가격 '뻥튀기'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미국 수사당국이 브라질 공공보건 사업과 관련해 존슨앤드존슨(J&J), 지멘스, 제너럴 일렉트릭(GE), 필립스 등 4개 다국적기업의 뇌물 의혹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들 기업이 과거 20여년 간 브라질에서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현지 정부 관계자에게 뒷돈을 준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브라질 검찰 관계자 2명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뇌물 비용을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담합을 통해 납품가를 최대 8배까지 '뻥튀기'한 의혹도 받고 있다.
브라질 공공보건 시스템은 2억1천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FBI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브라질 연방검찰 측은 "수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광범위한 뇌물 제공과 가격 담합의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상당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한다. 1977년 발효된 이 법은 미국 시민이나 미국 또는 외국 기업이 해외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주다 적발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수사는 브라질 사법당국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인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의 부패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 등과 관련한 수사를 이어오다 일부 연루자들이 '플리바게닝', 즉 혐의를 시인하고 감형받는 조건으로 해당 다국적기업의 범죄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들 4개 기업은 합산 시가총액만 6천억 달러(약 717조원·전날 종가 기준)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최근 수년간 이뤄진 브라질의 반부패 기업 수사 중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필립스와 존슨 앤드 존슨은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으나, 지멘스·GE는 부인하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브라질 수사당국은 이들 4개 기업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기업이 뇌물 및 담합 카르텔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브라질 사법당국은 2007∼2018년 사이 의료기기 납품가를 부풀려 최소 6억 헤알(약 1천786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작년 GE 라틴아메리카 지사의 전직 최고경영자(CEO) 다우리오 스페란치니를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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