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치인 변신 꾀하며 '보수 원톱' 입지 굳히기 시도
'대권행보' 비판에 '외연 확장 한계'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오는 24일까지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간다.
지난 7일 부산에서 '민생투쟁 대장정'의 출발을 알린 황 대표는 지난 2주간 영남과 충청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제주, 호남, 인천, 경기, 강원 등을 찾을 계획이다.
전국을 돌며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규탄하는 동시에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보다.
그동안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곳을 돌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내년 총선에서의 경합지, 나아가 한국당의 '험지'로 꼽히는 곳을 찾아 지지세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당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지난 7일부터 12일간 이동한 거리만 총 2천km에 달한다"며 "이번 주에도 황 대표의 민생투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이후 제주로 이동한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제주시에서 제주스타트업협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동문 재래시장을 찾는다.
황 대표의 지난 12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정치신인으로서 지난 2월 단숨에 제1야당 당권을 거머쥔 황 대표가 이번 장외투쟁을 통해 '국무총리 황교안'에서 '대중정치인 황교안'으로의 변신에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운동화를 신은 채 전국을 돌며 마을회관에서 잠을 청하고, 밀짚모자를 쓴 채 농가 일손을 돕는 모습 등으로 공안검사를 비롯해 오랜 공직 생활로 만들어진 경직된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장외투쟁이 여의도 정치권에 '세'(勢)가 전무했던 황 대표 입장에서 제1야당의 '원톱'은 물론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 역시 가능하다. 황 대표로서는 '잃은 게 없는' 장외투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투쟁으로 황교안 1인 독주체제가 완전히 굳어졌다"며 "당내에서 이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소수파 주장'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외투쟁이 황 대표 1인에게 집중돼 결국 황 대표 본인을 위한 대권행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중도·보수층으로의 지지층 확장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선명 야당이라는 이미지는 얻었지만,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자극적인 반문(반문재인) 구호 외 '대안 정당'으로서의 역할에는 물음표를 남겼다는 것이다.
장외투쟁 과정에서 보인 황 대표의 종교적 편향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불교 행사에서 합장을 거부하고, 퀴어축제와 동성애에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점 등이 정치인으로서의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전략적으로 중도·보수층으로의 세 확장에도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며 "장외투쟁에서 기존 지지층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집토끼만 잡아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계속되는 장외투쟁에 따른 피로감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자발적으로 모인다고는 하지만 매번 이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중앙당에서 아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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