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슴에 묻지 못한 노모 사연에 눈시울…문재인 대통령, 유족 위로
"물러가라" 황교안 대표 참석에 거센 항의, 입장 저지 시도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어린 아들을 차마 가슴에 묻을 수 없었던 노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기념식장이 또 한 번 큰 슬픔에 잠겼다.
기념식이 열리는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전날 밤부터 많은 비가 내리다가 행사 직전 잦아들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되자 빗물 대신 눈물이 기념식장을 가득 채웠다.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전을 하다 총상을 입고 숨진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안종필 군 어머니 이정님 여사의 사연이 공연되는 내내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소복만큼이나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이 39년간 통한의 세월을 짐작게 했다.
이 여사가 아들의 묘를 쓰다듬으며 그리워하는 영상이 나오자 많은 참석자가 고개를 떨구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이 여사의 사연을 전해주던 5월 항쟁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 진행자 박영순씨는 "우리는 광주를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라며 눈물로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씨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으며 김정숙 여사는 옆에 앉은 다른 유족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 도중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과보고를 맡은 정춘식 5·18유족회장은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된 후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8개월째 표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기 계신 여야 의원들이 특별법의 조속한 시행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주시길 요청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뤄지고 조사 결과가 국가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기념식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끝은 맺었다.
참석자 5천여명 모두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문 대통령 부부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모두 나란히 노래를 함께 불렀다.
황 대표는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았으나 이날은 주먹을 쥐고 흔들며 제창했다.
주변에 앉아 있던 여야 지도부와 정치권도 5·18 유가족과 관련 단체 회원들과 함께 제창에 동참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기념식장에 입장하고 퇴장하는 내내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한 단체 관계자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물러가라"며 황 대표 일행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육탄 항의를 했다.
시위하는 이들이 물을 뿌리거나 길을 막고 드러누우면서 황 대표는 차에서 내려 200여m 거리의 기념식장 보안검색대까지 20분 넘게 걸려 입장했다.
기념식 후에도 시민단체 회원들이 분향·헌화하는 황 대표를 에워싸고 항의하자 그는 분향도 못 한 채 경호팀의 도움으로 후문을 통해 기념식장을 간신히 빠져나갔다.
황 대표 일행이 탄 승합차는 정상적인 도로 대신 후문 펜스를 뜯어낸 길로 이동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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