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독일 정부가 식민 지배 과거사 청산의 일환으로 120여년 전 약탈해온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15세기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모니카 그뤼터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나미비아의 요청에 따라 지난 1893년 나미비아의 서부 케이프 크로스 해안에서 가져온 석조 십자(스톤 크로스) 유물을 되돌려주기로 했다고 AP통신과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뤼터스 장관은 "이번 유물 반환은 우리가 식민지배 역사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표"라며 식민지 시절은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있었다고 밝혔다.
안드레아스 귀벱 주독일 나미비아 대사는 이번 반환이 "우리에게도 피지배의 역사와 굴욕의 흔적, 조직적인 불의와 화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고통스러운 과거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미래를 대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이 새겨진 이 유물은 1486년 당시 포르투갈이 이 지역의 영토 지배권을 주장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옛 세계지도에도 표시돼 있을 만큼 중요한 지형지물로 한때 인식됐다.
이후 독일이 이 지역을 점령했던 1884년부터 1915년 사이 본국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베를린의 역사박물관에 전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번 독일의 유물 반환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날 유물 반환 기자회견에 참석한 쿰아 은둠베 3세 카메룬 왕자는 수년간 독일 박물관에 가문의 물건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독일의 결정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모색해온 방향"이라고 밝히며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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