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와 호러, 이질적인 두 장르의 조합 '더 보이'

입력 2019-05-19 08:30  

슈퍼 히어로와 호러, 이질적인 두 장르의 조합 '더 보이'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에게 외삼촌이 남긴 이 대사는 이젠 하나의 장르가 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주제를 한 마디로 압축한 경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어로들의 '큰 힘'은 지구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막강한 탓에,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들의 서사는 주인공이 혼란을 겪다가 클라이맥스에서 '선한 의지'를 강조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존 문법을 비틀고 변주하는 것이 장르 영화의 법칙이기에 몇몇 영화는 '히어로들의 선한 의지를 믿을 수 있는가?' '이들에게 지구의 안전을 맡겨두는 게 옳은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큰 책임'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예컨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져스를 문명사회에서 통제하기 위한 소코비아 협정은 히어로들 간 갈등의 촉매제로 등장하고, '다크 나이트'의 브루스 웨인은 흑기사(dark knight)가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법 밖의 존재로 남는 길을 택한다.
오는 23일 개봉 예정인 '더 보이'는 히어로 영화들의 이러한 전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슈퍼히어로의 힘을 가진 소년이 사악한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질문이 과감하고 도발적인 만큼, 영화는 매끈하지 않으며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빈틈을 노출한다.
일반적인 히어로 무비에서 슈퍼 히어로는 사법 질서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자 역할이다. 그러나 '더 보이'의 주인공 브랜든 브라이어(잭슨 A. 던 분)는 외계에서 지구를 파괴하러 온 '악' 그 자체다.
브랜든은 학교에서 동급생의 손을 으스러뜨리며 슬슬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때 우주에서 온 아들의 힘을 통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마냥 감싸고만 도는 엄마 토리(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영화에서 '민폐' 캐릭터가 되고 만다.
특히 브랜든이 외계인인 걸 알면서도 '고작 12살일 뿐'이라며 무조건 브랜든을 옹호할 때, 토리는 따뜻한 모성을 지닌 엄마가 아니라 핏줄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엄마로 비친다.


데인 드한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틴에이저 히어로무비 '크로니클'(2012)과 비교하면 '더 보이'의 이러한 엉성함은 더욱 부각된다.
'크로니클'도 똑같이 세계를 파괴하려는 10대 히어로가 주인공이지만, 이 영화는 빈곤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고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이야기로 그럴듯한 반영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더 보이'는 슈퍼 히어로 무비라는 자신의 본류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슈퍼맨의 설정(멸망한 행성 크립톤에서 아기 때 캔자스주 스몰빌로 떨어짐)을 그대로 옮겨왔고, 이것이 영화 서사의 커다란 중심축 토리에겐 부메랑처럼 단점으로 돌아온다.


영화가 재밌어지는 건 토리가 브랜든의 위험성을 깨닫고 그를 죽이려고 행동에 나서는 순간부터다. 이때부터 영화는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공포의 외계 생물 vs 이를 물리치려는 여성 캐릭터'라는 SF 호러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온 대결 구도를 띤다.
브랜든에 의해 마을 사람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상영등급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잔인하게 묘사된다. 영화관 안을 가득 메우는 피 흐르는 사운드는 잔인함을 배로 부각한다.
제작진은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를 만들던 인력이 뭉쳤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작진이 참여했고, 트위터에서 소아성애 발언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감독직에서 퇴출당했다가 복귀한 제임스 건 감독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5월 23일 개봉.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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