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美싱크탱크 2곳 인용 보도…"하노이 식당-관련 업체 연계 의심"
"정보통신 기술·서비스 北 외화 획득 창구…유엔 제재 구멍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 영업 중인 식당을 거점으로 안면인식 기술 등을 비밀리에 외국에 판매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엔 제재를 회피하고자 해외식당을 외화 획득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와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는 소프트웨어 업체 '퓨처테크그룹'(Future Tech Group)이 하노이 소재 북한 '고려식당'과 연계돼 있음을 발견했다.
퓨처테크그룹은 과거 배후가 북한 정보당국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방산분야 유령기업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계열사로 알려진 업체다. 이 업체의 임시 홈페이지에는 얼굴인식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한다고 홍보한다.
미국의 두 기관은 특히 '김종길'(Kim Jong Gil)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사람을 '연결 고리'로 주목했다.
베트남 사업 등록부상 그는 '무도 비나'(Mudo Vina)라는 케이터링·요식 업체를 소유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업체 주소가 하노이 고려식당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김종길은 여러 온라인 사이트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소개되며 퓨처테크그룹과도 얽혀있는 인물이라고 C4ADS의 북한·중국 전문 분석가 제이슨 아터번은 설명했다.
그의 프로필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다양한 프리랜서 웹사이트에 등장한다.
해당 프로필은 'kjg197318'을 토대로 이를 변형한 여러 사용자명(유저 네임)을 쓰는데 사업 등록부상 김종길의 출생일이 1973년 8월 1일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이 프로필 작성자가 소개하는 일부 제품 샘플이 퓨처테크그룹의 임시 홈페이지에도 등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종길이 실제 퓨처테크그룹과 연계된 얼굴인식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터번은 "고려식당 주소지로 등록된 업체의 소유주가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첨단 얼굴인식 기술을 판매하는 인물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지난 3월 고려식당을 찾아 한 직원으로부터 '무도 비나'가 식당을 소유한 게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직원은 김종길이 식당에서 일하는지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식당과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업체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영업한다는 게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실제 얼굴인식 소프트웨어가 고려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개연성이 떨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아터번은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식당을 단지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해외 외화벌이의 전초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식당을 활용한 첨단기술의 우회 판매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북한의 외화 획득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제재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S에서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연구하는 캐머런 트레이너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는 여전히 북한이 핵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벌어들이는 창구"라고 주장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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