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한일관계 최악…레이와 시대 맞아 뉴파트너십 모색을"

입력 2019-05-2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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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한일관계 최악…레이와 시대 맞아 뉴파트너십 모색을"
국회서 강연…"친(親)미국, 결(結)일본, 연(聯)중국 해야"
"위안부·강제징용 두고 다른 길 가는 '투트랙' 전략 가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20일 "한일 간 교착상태가 오래 가서는 안된다"며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아 '뉴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국회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 초청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 동북아 정세 속의 바람직한 한일관계' 강연회에서 "일본과의 긴장 분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 원로와 문재인 대통령 간 오찬에서도 이렇게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걸려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두 장애물을 못 넘으면 영원히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장애물을 두고 다른 길로, 즉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원장은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시기"라고 진단하고 "정부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겠지만, 국회가 여야를 초월해 초당적인 대일 외교를 해야 한다"고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일 외교에 비해 국회는 조금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일본에 쳐들어가서 일본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한일관계를 푸는 데 도움을 주시라"고 당부했다.
이 전 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일 외교 갈등 격화가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내 정치 이용을 위해 한국과의 갈등 격화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덩달아 같이 한일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을 만들어 준다면, 아베 총리는 오히려 '좋다', '환영하는 바'라고 할 것"이라며 "일본에는 한국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외교 전략에 대해서는 도쿄 주재 청나라 외교관이었던 황쭌셴(黃遵憲)이 조선 말기 무렵인 1880년에 쓴 '사의조선책략'을 인용, 한미 관계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책략에 나오는 '친(親)중국, 결(結)일본, 聯미국' 구조를 '친(親)미국, 결(結)일본, 연(聯)중국으로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동북아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균형자로서 주한미군은 꼭 필요하다"며 "주한미군의 약화는 한미 관계 약화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문제 해결 방안으로 양국 정부와 양국 민간이 참여하는 2:2 타협 또는, 한국 정부와 양국 민간이 참여하는 2:1 타협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우리끼리 생각하지 말고 글로벌화시켜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은 물론 네덜란드에 걸쳐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백재현 의원의 질문에는 "지금 분위기로서는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은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키히토 전 일왕이 한번 한국에 오도록 만드는 것도 한일관계 개선의 방법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고, 설익은 것을 추진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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