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피의자 정보원 활용 놓고 검·경 날 선 공방

입력 2019-05-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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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 피의자 정보원 활용 놓고 검·경 날 선 공방
부산경찰청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조직에 재잠입시킨 사건
검찰 "불법에 인권침해" vs 경찰 "본인이 알아서 잠입"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 수사과정에서 범죄조직에 누군가를 잠입시켜 내부 정보를 빼내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선처를 조건으로 피의자를 범죄조직에 불법으로 잠입시켰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피의자가 먼저 잠입 수사를 제안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 사건은 최근 검찰청 내부 게시판에 부산경찰청 보이스피싱 수사를 지휘한 부산지검 검사가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글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A 경위는 2017년 3월 체포한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 B(38)씨에게 선처해주겠다며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해 증거 수집을 할 것을 제안했다.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하는 것이 현행법상 가능한지 문의했으나 A 경위로부터 "수사 목적이라면 보이스피싱 범죄가 허용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지난해 3월까지 몇 달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돼 국내인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위장 잠입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움에 떨며 보이스피싱 수익금으로 생활비를 쓰며 정보 수집 활동을 계속했다.
죄의식과 두려움에 한때 경찰과 연락을 끊은 B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건을 송치하겠다는 A 경위 말에 다시 증거 수집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수사 지휘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범죄조직 위장 잠입 활동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당 경찰관과 담당 팀장은 1∼2개월만 더 잠입 수사를 하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며 묵인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결국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검찰 지휘대로 B씨를 귀국시키고 B씨 사건을 1년여 만에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명목하에 선처를 조건으로 장기간 타국 범죄조직에 위장 잠입시켜 범죄를 저지르고 위험 속에 방치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이 같은 위장 잠입 활동은 불법이며 검찰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B씨를 범죄조직에 위장 잠입하도록 한 경찰을 직권남용과 사기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만 통보했다.
이에 부산경찰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경찰관을 공식 징계가 아닌 불문경고 조치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B씨가 먼저 A 경위에게 선처를 요구하며 접근해왔다"며 "B씨가 애초 필리핀 현지 보이스피싱 콜센터 소재지를 파악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본인이 알아서 조직에 잠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B씨에게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사건 송치를 빌미로 위장 잠입 활동을 계속하도록 협박한 사실도 없다"며 "검찰 기관통보를 받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수사상 관례와 법적 위법성을 고려해 경징계했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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