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약화·좀비기업 연명·은행 부진·부동산 거품
"진통제 달고 사는 형국"…유럽 성장동력 취약성으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 경제가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부작용만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급진적으로 내놓은 단기처방인 마이너스금리를 무려 5년째 철회하지 못하는 곤궁에 빠졌다.
마이너스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대신 수수료를 내도록 하고 일부 예금에도 수수료를 물리도록 하는 정책이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기업과 가계에 풀리도록 유도하고 저축을 줄여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도록 하는 조치다.
그러나 현재 유럽 국가들은 기획한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마이너스금리를 중단할 시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금리를 철회했다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불과 6개월 전에 제시한 전망인 1.9%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두 자릿수 실업률, 프랑스도 약 9%의 실업률에 신음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핵심동력인 독일마저도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온라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라이시네의 타마스 게오르가제 최고경영자는 "전반적으로 진통제를 달고 산다"며 "끊기가 매우 힘들다"고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WSJ은 초저금리에도 기업들과 가계가 각각 투자와 소비에 더 신중해지는 뜻밖의 풍경을 소개했다.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기업들은 그만큼 더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투자실패에 조심하고 있고, 가계는 채권 금리와 연계된 연금의 감소를 우려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기획된 취지를 벗어나 현재 마이너스금리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연명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면서 생산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경기하강 때 구사할 효과적인 통화정책 도구 가운데 하나인 금리 인하에 손도 못 댈 위기에 몰렸다.
유럽의 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미국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위스 같은 국가에서는 저축보다 빈집을 갖는 게 손실이 적다는 이유로 부동산 건축에 돈이 쏠려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WSJ은 "유럽의 마이너스금리가 연금 생활자를 위협하고 부동산 거품 리스크를 만들면서도 디플레이션(통화량 감소로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마이너스금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유럽 경제 동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ECB가 2021년까지 은행들에 대한 예금금리를 -0.4%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위스와 덴마크도 내년에 이 금리를 -1%로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은행들이 기준 이상으로 맡긴 자금에 2.35%의 이자를 주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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