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 연기 코멘트 메모만 150장…"한 순간도 긴장 놓지 못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종영한 KBS 2TV '닥터 프리즈너'에서 주인공 나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의사다.
재소자들의 형 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 자리를 놓고 선민식(김병철 분)과 한바탕 '더러운' 싸움을 하면서도, "손에 피 안 묻히고 이길 수 있냐"며 오히려 당당하다.
이처럼 냉소적인 인물을 연기한 사람이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의 배우 남궁민(41)이었기 때문에 나이제는 임팩트 있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고, 그 덕에 최고 시청률 15%를 돌파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닥터 프리즈너'는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대본을 보고 나이제의 매력에 끌렸어요. 예전만 하더라도 주인공은 착해야 한다는 게 있었잖아요. 그런데 매체가 많아지니까 그런 게 가짜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요. 식상한 얘기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특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경쟁해야 할 상대가 많은 시점이죠. 그 와중에 나이제라는 캐릭터와 '닥터 프리즈너'라는 작품은 소재가 새로웠고 교도소 안에서 권력을 갖고 싸우는 모습들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하더라도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악당 같은 짓도 꺼리지 않는 나이제를 두고 남궁민은 "나이제의 행동이 악행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당연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나빠 보이지 않을까?' 이런 건 드라마니까 생각하는 것이고요. 권력을 힘들게 쥐었고 장애인 부부를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행동이니까 (그런 행동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극 자체에 단점이 없진 않았다. 캐릭터들끼리 '뒤통수 치는' 전개가 반복되고 중심 서사 없이 상황만으로 극을 끌고 가는 탓에 중반부턴 몰입감보다 피로도가 급증했다. 남궁민은 "시청자분들이 느끼기에도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흐름이 잘되고 잘못되고를 떠나 안에서는 빨리빨리 찍어내기에 바빴어요. 배우들 개인적인 역량으로 소화해낸 게 많았죠.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그 상황을 풀어가는 역할을 제가 담당하게 되면서 서사가 없어지게 됐어요. 그 빈자리를 이재준, 선민식, 정의식 등을 연기한 선배님들이 다 채워주지 않았나 싶어요."
상대 배우 최원영(43)에 대해선 "복수에 대한 나이제의 명분이 떨어졌을 때 (최)원영이 형이 악랄한 연기로 극을 끌어가 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고, "선민식과 나이제의 싸움이 이 드라마의 결을 결정했다"는 말로 김병철(45)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남궁민은 '밥 먹었어?' 같이 일상적인 대사 한 마디도 없는 나이제를 연기하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촬영 기간 발성, 발음, 호흡, 태도, 마음가짐 등 자신의 연기에 대해 '셀프 코멘트'한 메모는 무려 150장에 달한다고 한다.
"제가 한 연기에 만족할 순 없겠죠. 그래도 나이제를 다 연기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이번엔 진짜 고생 많았다, 다음에도 이렇게만 한번 고생해보자.' 약간 칭찬해줬던 것 같아요(웃음)."
nor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