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최전선에 설치된 '3인용' 그네…"함께해야 변화오는 법"

입력 2019-05-21 19:12  

분단 최전선에 설치된 '3인용' 그네…"함께해야 변화오는 법"
덴마크 작가그룹 수퍼플렉스, '하나 둘 셋 스윙!' 설치
야코브 펭거 "2년 내 북한서도 작업 구현하고파"



(파주=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하나 둘 셋." 쇠줄을 단단히 움켜쥐고 힘껏 발을 굴리자 그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키도 체중도 다른 세 명이 함께 앉은 탓에 한참 기우뚱하던 그네는 곧 균형을 잡았다.
21일 송악산 아래 개성 시내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진 도라전망대에 '그네'가 놓였다.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전망대인 도라전망대에서는 북쪽 개성공단과 기정동 마을, 남쪽 대성동 마을과 임진각을 한눈에 본다. 분단을 가장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전망대 앞마당에 설치된 그네는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PLEX) 작품 '하나 둘 셋 스윙!'이다. 각자 다른 높낮이 주황색 파이프라인을 설치한 뒤 그네 2개를 매달았다.
보통 혼자 타는 그네와는 달리 3명이 함께 엉덩이를 붙인 채 힘과 박자를 맞춰야 온전히 움직이도록 고안한 점이 특징이다.
수퍼플렉스의 야코브 펭거는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3인용인 것은 3인조인 우리 콜렉티브를 참고한 부분도 있지만, 집단을 구성하는 최소 인원이 3명이기 때문"이라면서 "함께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이라고 밝혔다.



펭거는 1993년 덴마크왕립예술학교를 다니던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과 함께 '제4의 정체성'으로서 수퍼플렉스를 결성했다.
수퍼플렉스는 대체에너지, 도시화, 이주, 글로벌 자본 등 우리 시대 다양한 현안에 질문하면서 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작업을 선보이면서 '가장 강력한 콜렉티브' 중 하나로 꼽힌다. 작품을 '툴'(tool)이라고 칭하는 데서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예술이란, 단순히 우리가 바라보는 오브제가 아니라 삶과 사회, 시대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50여개국 이민자와 함께 코펜하겐 공원을 꾸민 '수퍼키렌' 프로젝트나 아프리카 주민을 위해 고안한 바이오가스 시스템 등이 유명하다. 2013년 재미큐레이터 주은지 씨와 함께 방북, 이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북한 농가에 설치하기도 했다.
'하나 둘 셋 스윙!'은 2017년 영국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 먼저 설치됐으며 코펜하겐과 본, 바젤을 거쳐 파주에 왔다. 수퍼플렉스가 2017년 덴마크를 방문한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에게 남북한 경계에 '하나 둘 셋 스윙!'을 설치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전시가 성사됐다. 작품은 2년간 설치된다.
펭거는 주황색 파이프라인이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땅에서 솟아오른 튜브는 옆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테이트모던(런던)에서 출발해 코펜하겐, 본, 바젤을 거쳐 다시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죠."
북한을 등지고 앉은 작가는 "그래서 (DMZ 같은) 상징적인 장소에 꼭 설치하고 싶었다"라면서 "여기서 땅속으로 들어간 그네 기둥이 언젠가는 저 창밖으로 보이는 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허황한 꿈일 수도 있지만 예술가는 이런 꿈을 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년 안에 북한에서도 이 작업을 구현할 수 있길 바랍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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