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물리력 행사 기준·방법 규칙 제정안' 예규 제정…11월 시행
'비례의 원칙' 따라 5단계 대응 세부 규정…"소극·과잉대응 논란 차단"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이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면 경찰관은 전자충격기나 가스분사기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주취자 난동 제압과정에서 경찰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제정안에서 물리력 사용을 위한 3대 원칙으로 ▲ 객관적 합리성의 원칙 ▲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의 원칙 ▲ 위해 감소 노력 우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물리력 행사에는 합리성이 있어야 하며 위해 수준에 따라 물리력 수준도 높이거나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현장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안정시킬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제정안은 대상자 행위를 위해 수준에 따라 ▲ 순응 ▲ 소극적 저항 ▲ 적극적 저항 ▲ 폭력적 공격 ▲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경찰관 물리력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경찰관 폭행땐 전기충격기 사용"…경찰, 물리력 사용기준 마련 / 연합뉴스 (Yonhapnews)
대상자가 경찰관에게 순응하는 경우 대상자를 인도·안내하기 위해 가벼운 신체접촉이 허락된다.
소극적 저항 단계에서는 대상자의 손이나 팔을 힘껏 잡을 수 있고 어깨 등 신체 일부를 힘을 주어 밀거나 잡아끌 수 있다.
적극적 저항 단계부터는 경찰봉이나 방패를 사용해 대상자를 밀어내거나 분사기 사용이 가능하다.
경찰은 또 대상자가 주먹질이나 발길질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하려 할 때 전기충격기까지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총기나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경찰봉과 방패로 범인의 급소를 가격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권총을 사용하되 권총을 조준하는 경우 가급적 대퇴부 아래를 겨냥하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물리력 행사 기준이 만들어져 경찰 물리력 행사의 균질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향후 교육훈련을 통해 모든 경찰관이 이 기준을 제대로 숙지하고 체화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리력 사용기준 제정안은 경찰청 예규로 발령될 예정이며 6개월간 교육훈련을 거쳐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무기·장구 사용에 관한 규정이 있었고, 전자충격기나 수갑 등 일부 장구에 대한 경찰 내부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를 현장 상황에 맞는 물리력 사용기준으로 삼기에는 빈틈이 많았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관한 통일된 기준과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경찰의 법 집행 과정에서는 소극대응이나 과잉대응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해 법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과 경찰관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비례의 원칙'이란 경찰권의 발동은 사회공공 질서의 유지를 위해 참을 수 없는 위해(危害)나 위해 발생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 국한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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