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덮칠라'…日스모경기장 경계 대상은 테러 아닌 '선수'

입력 2019-05-22 11:32   수정 2019-05-22 17:31

'트럼프 덮칠라'…日스모경기장 경계 대상은 테러 아닌 '선수'
日 씨름판 바로 옆자리 추천…美 '선수 떨어질라' 난색 표해 경호원 배치
日, 양반다리 힘들 트럼프 배려해 의자 놓기로…랜드마크엔 성조기 조명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 방문시 일본 전통씨름인 스모(相撲)를 관전하는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도쿄(東京) 료고쿠(兩國) 국기관에서 스모 경기를 관전한 뒤 특별 제작한 '트럼프 배(杯)'를 우승 선수에게 수여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를 관전할 때의 자리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귀빈석이 아니라 스모 씨름판(도효·土俵)의 바로 앞에 위치해 스모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마스세키(升席)'에서 관전할 계획인데, 주변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배치돼 관전 당일 마스세키가 텅 빌 것으로 보이는 까닭에 스모 팬들 사이에서 '민폐'라는 비판이 거세다.


칸막이로 나뉜 공간에서 양반다리로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마스세키는 박진감 있게 경기를 볼 수 있는 자리다. 흙이 튈 정도로 스모 씨름판에서 가까운 위치여서 간혹 씨름판에서 밀려나는 스모 선수(力士·리키시)들이 마스세키로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모 팬들의 불만을 야기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정부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측이 격투기 애호가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모 경기를 더 잘 접할 수 있게 마스세키에 앉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측은 '스모 선수가 (좌석쪽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난색을 표명했고, 결국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 경호원을 배치하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경기 당일 트럼프 대통령 주변 경호원의 경계 대상이 테러 등의 불상사가 아닌 트럼프쪽으로 밀려 넘어지는 스모 선수가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마스세키에서 관람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양반다리를 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고 보고 의자를 준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관례를 깬 것이어서 뒷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람하는 스모 경기를 '미일 우호'라는 이벤트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도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스카이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모를 관전하는 날 성조기를 나타내는 청색, 적색, 백색의 조명으로 장식된다. 스카이트리는 경기장인 국기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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