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우려…"현장에선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구분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탁상공론이다. 물리력 기준이 생긴다 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 "이제라도 기준이 만들어져서 다행이다. 경찰과 시민 모두를 위한 안전한 길이다."
22일 경찰청이 물리력 행사와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찰이 예규로 제정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에는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이 담겼다.
일선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경찰관들은 현장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구로구의 한 파출소 A 팀장은 "예규가 시행되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 혐의자에게 물리력을 어느 정도로 행사할지 판단하기 용이해질 것"이라며 "경찰관들은 변화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응 단계가 지나치게 세분돼있고 복잡하다는 지적에 "비례의 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물리력 사용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새 예규 도입을 통해 앞으로 피혐의자 진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강남구 B 파출소장은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을수록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진다"며 기준 마련을 환영했다.
B 소장은 "기준 내용은 이제껏 일선에서 하던 대응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수준"이라면서도 "지금까지의 '알아서 하라'는 식의 모호한 기준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나름의 기준을 세운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는 회의적 반응도 많았다.
서울 용산 지역 파출소에 근무하는 C 팀장은 "책과 실무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지만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매뉴얼이 있다 해도 결국에는 현장에 나가 있는 경찰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지역 파출소에 근무하는 D 경위는 "현장에서 적극적 저항과 소극적 저항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경찰관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획일적이지 않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일선 경찰관들에게 혼란만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방배경찰서의 E 경위는 "매뉴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만약 물리력 사용기준에 따라 진압했는데 대상자가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잘못이 될 수도 있다"며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파출소 F 팀장은 "매뉴얼이 복잡할수록 현장 근무자들은 불편할 뿐"이라며 "현장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수십 가지 상황이 벌이지는 만큼 기준은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 제압으로 부상자가 생기더라도 경찰의 행위가 정당했다면 적극적으로 면책이 돼야 한다"며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 대한 국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찰관들이 현장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준 것"이라며 "물리력 사용으로 인한 법적 다툼이 있을 때 매뉴얼에 따라 물리력이 행사됐다면 중요한 면책 준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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