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안홀트 "그린다는 것은 굴러가는 공을 쫓는 것"

입력 2019-05-22 16:36   수정 2019-05-24 10:23

톰 안홀트 "그린다는 것은 굴러가는 공을 쫓는 것"
영국 출신 32살 미술가, 표현주의·입체주의 아우른 형상에 독특한 색감
학고재 청담서 아시아 첫 개인전…드로잉·회화 18점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찾은 서른살 영국인 미술가 톰 안홀트는 시라쿠사 대성당에 매혹됐다.
오래전 이곳에는 그리스 신전이 자리했다. 교회와 모스크로도 사용됐다가 이제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으로 쓰이는 건물에는 당대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땅이 스쳐온 시간이 하나하나 쌓여 있는 셈이죠. 제게는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년 미술사가 들어간 배낭을 메고 있다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쓴다고나 할까요."
22일 서울 강남구 학고재청담에서 만난 안홀트는 붉은 기운이 이글거리는 대작 '타임머신 V(불과 열정)'를 가리켰다.
강건한 몸체의 남성이 벌거벗은 채 도자기 두 점 사이에 서 있고 그 뒤로는 하늘과 산, 집들이 자리한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색채를 강하게 띠면서도 어슷하게 조각난 형체들은 입체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1987년 영국 바스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 정착한 안홀트는 유럽 화단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입체주의와 표현주의를 넘나드는 화면과 독특한 색감의 화면을 성실하게 일궈온 작가다.
안홀트는 지난해 11월 개관 후 한국에 소개할 만한 유럽 작가를 찾던 학고재청담의 제안으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서울에서 열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드로잉 18점이 나왔다.



아스널 FC 축구선수를 꿈꾸던 작가는 14살 때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막스 베크만의 그림을 본 뒤 미술가로 방향을 틀었다. 베크만은 20세기 독일 미술계를 이끈 작가다. 아일랜드계 어머니와 페르시아계 유대인 아버지 모두 그림을 그린 점도 얀홀트가 미술가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작가는 "전문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동시대와 이전 작업을 모두 공부했다"라면서 "평소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안홀트 작업이 선대 예술을 '짬뽕'한 것은 아니다. 영화의 줌인·줌아웃을 끌어들이거나, 비즈를 활용해 특유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안홀트 그림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회화란 공을 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공에는 예술을 향한 열망과 두려움, 제가 겪은 일과 들은 이야기, 본 것들이 섞여 있죠. 그 공이 결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기에 매일 스튜디오로 나가 작업합니다. 제 창의성은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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