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 군인들 반발 집회 예고…양측 충돌 우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올해 인천인권영화제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기로 하자 참전 군인들이 반발 집회를 예고해 충돌이 우려된다.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2일 "대한민국 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가 영화 '기억의 전쟁' 상영을 중지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남전참전자회 인천지부 120여명은 이날 오후 영화가 상영될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겠다며 이틀 전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마친 상태다.
이들은 해당 영화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을 양민 학살범으로 비하한 허구의 영상물이라며 상영 금지를 요구하고 상영할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공문을 조직위에 보냈다.
이에 영화제 조직위는 "월남전참전자회가 '물리적 저지'라는 표현으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참전자회가 상영회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관객과 마찬가지로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영관 내 경찰관 배치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 측에 전달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이에 "집회는 예정대로 열 것"이라며 "관객과의 대화도 있기 때문에 중앙회와 인천지부원 10명 안팎이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관람한 뒤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인천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에서 무료 상영될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베트남 중부 마을과 생존자의 음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올해 23회째를 맞는 인천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 인권 감수성 확산, 인간을 위한 대안 영상 발굴'을 목표로 하는 영화제로 1996년 처음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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