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육 비용 고려하면 1천400만명 빈곤상태에 있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지난 2010년 영국에 보수당 정권이 들어선 뒤로 공공서비스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재원을 축소하면서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유엔인권이사회 빈곤 특별조사위원인 필립 올스턴 뉴욕대 교수는 2주 간의 영국 현지 조사와 300여개의 의견진술을 토대로 영국 내 빈곤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인권법 전문가인 올스턴 교수는 지난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의 특별조사위원에 임명됐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공공서비스 재원 축소 등으로 인해 영국 인구의 상당수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시스템적인 궁핍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독립 전문가들을 인용, 주택과 보육 등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 새로운 측정에 따르면 영국 인구의 5분의 1인 1천400만명이 빈곤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기준으로 150만명이 주거비용을 제외하면 하루 10 파운드(약 1만5천원) 이하로 생활하거나, 한 달 동안 주거와 음식, 난방, 전기, 의복, 화장실 중 2개 이상의 결핍을 경험하는 극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실제 난방과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들,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늘어나는 노숙자, 자살을 시도했거나 고려한 이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회안전망을 해체하고, 가난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동에 초점을 맞춘 영국 정부의 대응이 이같은 빈곤 확대의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사회를 묶어왔던 많은 것들을 정부가 일부러 제거하고, 이를 보다 가혹하고 냉정한 사회기풍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고용연금부는 이같은 보고서에 대해 "거의 믿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고용연금부는 영국이 유엔의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5위에 올랐으며, 복지와 국가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950억 파운드(약 144조원)를 투입하는 등 빈곤 문제에 매우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연금부 대변인은 "(올스턴 교수는) 매우 짧은 기간 영국에 머물렀을 뿐이다. 보고서는 빈곤에 대응하는 우리 접근방식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확한 묘사를 담았다"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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