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보국, 베날라 게이트 단독보도한 아리안 슈맹 기자에 출석 요구
르 몽드, 편집국장 명의 사설로 우려 표명…언론자유 침해 비판 일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수행비서 스캔들을 처음 보도한 유력지 르 몽드의 베테랑 기자를 정보기관이 소환하자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르 몽드는 편집국장 명의의 사설을 통해 자사의 아리안 슈맹 기자에게 정보기관인 국내정보국(DGSI)이 오는 29일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슈맹은 작년 프랑스 정국을 뒤흔든 보좌관 스캔들인 이른바 '베날라 게이트'를 작년 6월 처음 보도한 기자로, 이 스캔들을 연속으로 단독으로 보도하며 이슈를 주도한 르 몽드의 베테랑 언론인이다.
'베날라 게이트'는 엘리제궁 행정관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던 알렉상드르 베날라가 작년 5월 1일 파리 시내의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용 진압장구를 착용하고서 젊은 남녀에게 폭력을 행사해 스캔들로 비화한 사건이다.
엘리제궁은 마크롱의 대선 캠프 사설 경호원 출신인 베날라가 경찰과 경호실의 지휘체계를 모두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쉬쉬하는데 급급했던 정황이 슈맹 기자의 보도로 속속 드러났다.
이후 이 스캔들은 의회의 국정조사와 상원 청문회까지 이어지며 마크롱 대통령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슈맹 기자는 여러 보도 가운데 총리실 경호팀장과 그 동거인인 러시아 사업가의 근접경호를 맡았던 프랑스 공군 출신 인사와 베날라간의 친분을 파헤친 보도로 DGSI의 소환장을 받았다고 르 몽드는 밝혔다.
르 몽드의 뤼크 브로너 편집국장은 "엘리제궁과 마티뇽(총리실) 내부 인사들을 추적해 보도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보도를 지지하며, 소환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정보기관의 잇따른 기자 소환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DGSI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된 프랑스산 무기가 예멘 내전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내용을 유출된 군사기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탐사보도 매체 '디스클로즈'의 기자 3명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공영 프랑스2 방송, AFP통신, 일간지 르 피가로,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 등에서 일하는 37명의 선임기자급 언론인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기자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정보기관의 소환 방침에 반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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