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0주기…추모·다짐 넘쳐난 봉하마을(종합)

입력 2019-05-23 15:51   수정 2019-05-23 17:22

노무현 서거 10주기…추모·다짐 넘쳐난 봉하마을(종합)
'새로운 노무현' 슬로건…추도식 직후까지 1만7천여명 방문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추도사·너럭바위 참배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봉하마을은 온종일 추모와 다짐의 노란색 물결이 넘실거렸다.
새벽부터 봉하로 향하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유모차를 끈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밀짚모자를 쓴 청년,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신사, 아이 손을 잡은 엄마, 등산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 등 세대를 불문한 참배객들이 묘역을 찾고 추도식장을 끝까지 지켰다.
묘역 현장안내를 맡은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아침 7시 이전부터 참배객들이 오기 시작했고 주차공간이 모자라 인근 농로까지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섰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이 추모식에 준비한 의자는 3천여개.

오후 2시 추모식 시작 훨씬 전부터 좌석은 다 찼다.
행사장 주변 잔디밭까지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재단은 추모식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까지 1만7천300여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10주기 추모행사 슬로건은 '새로운 노무현'이다.
참석자들은 이제는 슬픔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해 그가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성호(55·부산시) 씨는 "오늘 봉하마을에 온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며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참배 행렬은 하루 내내 꼬리를 물었다.
참배객들은 고인이 잠든 너럭바위에 하얀 국화꽃을 바치거나 노란색 바람개비를 든 채 묵념을 했다.
노무현재단 회원인 전해숙(67·대구시)씨는 "오전 연차를 내고 봉하에 왔다"며 "며칠 전에 미리 참배했지만 꿈에 노짱(노 전 대통령)께서 나타나셔서 오늘 또 내려왔다"고 말했다.
한 여성 참배객은 "우리 대통령 잘되게 해 주세요, 남북관계가 좋아지게 해 주세요"라고 읊조리면서 절을 하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동료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은 미얀마 출신 조무린(50) 씨는 "한국에서 20년 동안 살아 노 전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안다"며 "미얀마에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조화도 묘역을 채웠다.
2017년 18대 대선 후 치러진 서거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유족이 보낸 조화도 눈에 띄었다.
생가 옆 기념품점은 노 전 대통령 상징인 노란색 바탕에 그가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 양산, 바람개비가 그려진 노란 손수건 등 기념품을 사려는 추모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이날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자기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가지고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봉하마을 곳곳은 검색이 강화됐다.
추도식이 열리는 행사장은 X-레이 탐지기와 금속탐지기 검문 등 이중 검색을 통과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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