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높이 평가하지만 무역합의 쉽지 않을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설사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대중국 강경책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배넌은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의 핵심 이슈는 중국과 관계가 될 것"이라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설사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거나 더 강경한 매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중국 강경책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같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중국 때문에 대통령이 됐으며, 제조업 중심지 '러스트 벨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2020년 대선의 핵심 이슈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되겠지만, 민주당은 이 문제에서 공화당 못지않게 강경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가 중국의 저가 상품 유입 등으로 쇠락했으며, 대규모 관세 부과와 중국의 불공정 관행 근절 등으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배넌은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미국 농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지만, 월가의 금융인은 중국과 되레 협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농민들은 미국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반면에 월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중단하면 주식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월가 사람들은 중국의 지배 엘리트와 협력해 불공정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미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시 주석에게 우호적으로 얘기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백악관의 고위 관료들에게 중국에 관해 얘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나려고 할 것이며, 그들이 무역협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큰 견해 차이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키신저중미연구소 소장인 로버트 데일리는 배넌의 주장에 대해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에 최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초당적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러스트 벨트의 쇠락과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미국의 경쟁력 상실 등의 주요 원인은 아니며,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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