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타다'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고 대놓고 비판했고, 이 대표는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하며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로 받아쳤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기업 대표가 이렇게 맞붙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다. 각종 권한을 가진 정부가 '갑'이라면 그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은 '을'이었다. 따라서 기업인이 정부 관료, 특히 힘 있는 장관급 인사를 들이받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만일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규제에 묶이거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인이 이처럼 정부 관료와 '맞짱'을 뜨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부의 대(對)기업 정책이 그만큼 투명해지고 공정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괘씸죄'나, '기업 손보기'가 더는 용납되는 사회가 아니라는 반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 설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누가 됐든 '싸움'의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은 정치권의 막말 싸움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관료와 기업인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반기진 않을 것이다.
우선 최 위원장이 자기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인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 의아스럽다. 이번 설전 이전에 이 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혁신의지가 없다'며 비판했는데, 최 위원장이 대신 이 대표 비판에 나선 모양새다. 같은 경제 관료로서 대신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유독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혁명에서 뒤처져 있는 것에도 책임이 있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긴 하지만 혁신과 그로 인한 피해업계의 반발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다른 나라들도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혁신산업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중재는 못 한 채 사업자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 대표의 대응 역시 부족했다. 말싸움의 품격을 놓고 보자면 최 위원장보다 더 아쉬운 모습이다. 최 위원장 발언은 이 대표가 듣기에는 거슬릴지 몰라도 정부 관료로서 지적할만한 내용이다. '무례', '오만' 등의 단어를 썼지만 이는 택시업계에 대한 이 대표의 언사에 대한 것이지, '감히 정부에 대드냐'는 차원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냥으로 받아치고, 별로 관계없을 법한 '출마' 얘기까지 꺼낸 것은 점잖지 못했다.
정치권의 싸움은 국민이 그 모습을 보고 누가 옳은 얘기 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관료나 기업인이 저열하게 싸우면 누구의 지지도 받기 힘들다. 싸우는 대신 공유경제에 대한 건강한 토론과 협의로 혁신·상생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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