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39명에서 48% 감소…"땜질 처방 말고 정시 확대" 요구도
(서울·세종) 이재영 이효석 기자 =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가 도입됐지만 500명 가까운 교사가 여전히 자녀 학교에 재직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는 이날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는 이달 기준으로 489명이다.
지난해 11월 939명에서 약 48% 감소했다. 교육부가 숙명여고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각 교육청에 '상피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6개월 사이에 수치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인사 관리 규정을 정비해 상피제 명문화를 완료한 교육청은 10곳이다. 6곳은 상반기 안에 규정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고, 전북은 김승환 교육감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해 명문화하지 않기로 했다.
인사 규정 정비가 더딘 탓에 상피제 확대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48)씨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있으면 다른 학부모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을 것이고, 해당 교사와 학생도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인사 규정 정비가 마무리되면 교사 전보 조처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도서 지역 등 특수한 경우는 상피제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이나 읍·면 단위의 경우 지역에 고등학교가 한 곳뿐이라 교사와 자녀를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장애 학생의 경우에도 부모가 교사라면 같은 학교에서 돌보는 게 더 바람직한 면이 있는 등 상피제를 강제하기 어려운 특수 사례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상피제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학교마다, 선생마다 다른 내신·학생부 위주의 입시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교육 당국은 "학생부 위주 전형이 교육적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고, 사교육 등을 고려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역시 모두에게 공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지난해 공론화 결과에 따라 2022학년도에 정시를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정시 추가 확대 또는 정·수시 통합 등 입시 제도 개혁은 이르면 연내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중장기 개혁 방안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상피제 도입과 함께 '학교 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불가피하게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더라도 시험 문제 출제·채점·인쇄 등 평가 업무에서는 반드시 배제되도록 훈령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현재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 489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가 업무에서는 모두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교육부는 학교 평가관리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비율이 숙명여고 사건 전에는 70%대에 그쳤으나, 이를 전수 설치하도록 권고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설치율이 95.5%까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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