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반 피하려 취업규칙 바꿔 근로시간 단축"…택시업자 무죄

입력 2019-05-24 06:01  

"법위반 피하려 취업규칙 바꿔 근로시간 단축"…택시업자 무죄
대법 "최저임금법 위반 고의 있다고 단정 못 해"…유죄판결 2심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택시사업자가 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무한 시간보다 줄이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납금을 내고 남은 택시기사의 수입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빼는 쪽으로 법령이 바뀌자 상당수 택시회사가 이처럼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바꿨는데, 이를 형사적 잣대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취업규칙을 이같이 바꾼 것은 무효이지만, 택시사업자는 이런 취업규칙이 유효하다고 생각한 것이므로 '범죄의 고의'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사업자 조 모(58)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로서는 택시 노동자 다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유효하다고 봐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믿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렇다면 최저임금액에 미달한 임금 차액을 줘야 하는지를 놓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보이므로, 최저임금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2심이 무죄를 선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시사업자인 조씨는 실제 근로시간에는 바뀐 게 없는데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0년 7월 시행된 개정 최저임금법은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 이에 조씨와 이 회사 노동자들은 '사납금을 늘려 초과운송수입금을 줄이고 고정급을 늘리는 방식'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늘리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조씨와 택시기사들의 이 같은 합의는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를 거스르는 시도로 무효"라며 조씨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은 "노사가 합의해 변경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무효로 보기는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노동자들이 적법한 동의가 있었더라도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몰래 어길 목적으로 변경한 취업규칙은 무효"라며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변경된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조씨가 이를 유효하다고 믿고 임금을 지급했으므로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8일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이 바뀐 게 없는데도 회사 측이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취업규칙을 변경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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