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태극기' 등 잇단 외교 결례 염두에 둔 듯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단행한 차관급 인사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조현 외교부 제1차관은 "최근 외교부에서 발생한 일련의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2년 전 취임의 변에서 고위직이 항상 솔선수범하고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발언은 외교부가 지난 4월 주최한 한-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놓고, 영문 보도자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국가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등 외교 결례를 잇달아 범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 차관은 차관직을 맡기 전 주인도대사를 지내면서 외교부 업무문화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많은 직원들의 좌절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조직의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떠올렸다.
조 차관은 "강경화 장관을 보좌하면서 외교부가 제대로 된 외교를 하는 것은 물론 조직혁신을 제대로 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돌이켜보니 외교부 업무, 특히 혁신의 틀을 만드는 데 아쉬움이 크다. 자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외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기 때문에 훌륭한 곡, 뛰어난 지휘자, 최상의 연주자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 있는 음향기사와 조명기사 등 모든 스태프가 단합해 완벽한 하모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차관은 직원들에게 강 장관과 후임으로 오는 조세영 신임 제1차관, 이태호 제2차관을 중심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외교부 제2차관에 임명됐으며, 작년 9월부터 이날까지 제1차관직을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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