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치상 혐의 기소…국민참여재판서 '주의 의무 소홀' 인정 안돼
법원 "보조교사에 부과된 주의의무로 보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10여명의 유아가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해 이동 중 유아가 넘어져 다치면서 인솔자인 어린이집 교사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전 어린이집 교사 A(4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4명은 무죄, 3명은 유죄 평결을 내렸다.
A씨는 다른 보육교사 1명과 2018년 6월 서울 서대문구 한 쇼핑몰 10층에서 11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유아 14명을 태웠다.
4명의 유아가 마지막으로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한 직후 앞서 있던 유아 2명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게 됐다. A씨가 2명을 붙잡으려다 이들과 뒤엉키는 사이에 바로 뒤에 있던 3세 유아와 다른 1명이 뒤로 넘어져 쓰러졌다.
피해자인 3세 유아는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넘어져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유아의 생명·안전 보호 및 위험 방지를 위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치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보육교사는 다수의 유아를 인솔할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면 유아를 에스컬레이터 중앙에 위치하도록 해 신발이나 옷 등이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사가 유아의 손을 잡아 유아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유아의 행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어린이집 보조교사인 피고인에게 부과된 주의의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조교사인 피고인이 현장학습 장소를 선택할 권한과 엘리베이터·계단 이용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던 점과 현장에 어린이집 원장과 담임교사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원장과 담임교사조차도 업무상 과실이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아들은 이미 담임교사를 따라서 차례로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고 있었다"며 "후미에서 뒤따라온 피고인이 유아를 어떻게 에스컬레이터에 탑승시키는지 등을 판단하거나 조치를 취할 만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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