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사태에 비유…"과거에도 일방적 제재로 다자외교 좌절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자국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함으로써 북미간 '대결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특히 2005년 9월 6자회담 결렬을 가져왔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동결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화물선 압류 사건으로 BDA 때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신문은 이날 '선박강탈, 미국이 조작한 대결의 불씨'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은 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대결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어 위험천만한 장난질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대의 압박으로 조선의 선 핵 포기를 실현해보겠다는 미국식 계산법이…또 다른 도발과 난동을 몰아오고 있다"며 "조선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양보나 타협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 법무부가 지난 9일 선박 압류를 위한 민사소송을 미 법원에 제기하면서 자국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한 것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따르면 석탄 등 금수 품목은 압류 및 처분이 가능하지만, 선박은 억류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는 제재 품목을 운반한 선박의 경우 억류만 허용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우회하려고 자국법을 근거로 선박을 압류하는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신문은 이 같은 미국법 적용이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어긋나는 비법적인 행위"라며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조선의 자산이자 조선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역이며 이를 강탈하는 것은 난폭한 주권침해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미국이 국내법에 근거한 일방적인 제재를 가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다자 외교가 좌절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면서 2005년 미국이 애국법에 근거해 BDA의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한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자금 동결에 북한이 반발하고 2006년 10월 첫 핵실험으로 대응하면서 6자회담이 결렬됐다가, 미국이 2007년 6월 동결된 자금을 북한에 송금하면서 대화가 재개됐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BDA에 비유한 것은 그때처럼 선박 반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앞으로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는 북한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신보는 또 "미국 정부 내에 조미수뇌합의를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그 이행을 방해하려고 하는 난동분자들이 존재한다"며 "선박 압송을 강행한 것은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잠재우고 조미 반목의 새로운 이유를 조작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직접 비난하지 않고 선박 압류 책임을 일부 '난동분자들'에게 돌려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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