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학술회의…전문가 "美정책결정자그룹내 한국의 '정책동맹세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남북이 중심이 돼 새로운 동북아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신한반도체제'를 실현하려면 주변 강대국에 의존하는 외교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통일연구원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한반도체제의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축의 동력을 만들어 나가려면 맹목적인 반북의식과 대국 추종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뿌리 깊은 외교문화부터 개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이 손잡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해나가기 위해서는 강대국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외교문화에서 이런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주인의식부터 확립돼야 한다"며 "공무원과 외교관들도 확실한 국가이익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국내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퍼주기'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충돌하는 '남남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남갈등을 분단체제에서 구축된 기득권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남북관계 개선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냉전구조 해체와 분단체제 와해를 저지하려는 갖가지 이론과 주장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열강의 패권경쟁구도에서 약소국이나 중견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 100년과 달리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100년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국가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평화경제, 남북한 단일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대륙과 해양을 연계하는 허브국가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발전전략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은 신한반도체제의 양대축인 경제협력공동체 추진과 관련, 정부가 평화관광 등 현재의 대북 제재 하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것을 당부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사이에서 한미 간 이해 불일치가 생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미국의 영향 혹은 한미동맹의 영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한미동맹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책 결정자 그룹 내부에 한국의 '정책 동맹 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성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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