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일 국빈 방일…미·일 '겉은 밀월, 속은 무역 긴장'

입력 2019-05-24 14:58  

트럼프, 내일 국빈 방일…미·일 '겉은 밀월, 속은 무역 긴장'
스모·골프로 브로맨스…중요 선거 앞둔 두 정상 '밀착외교' 홍보
트럼프 압박-아베 방어 '무역 신경전' 예상…결과 따라 역풍 가능성
일본 경찰, 2만5천명 동원 역대 최대급 경호…'과잉접대' 비판론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국빈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에서 골프를 함께 치고 나란히 스모를 관람하며,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등 '브로맨스'를 과시할 예정이다.
각자 중대 선거를 앞두고 만나는 두 정상은 미일 간 '밀월'을 적극 홍보하며 자국 내 정치에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무역 개방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막아내려는 아베 총리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과도한 경호·경비와 접대 문제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 '브로맨스' 과시하는 미일 정상…스모 씨름판 위에 서는 트럼프
24일 일본 정부 발표 등에 따르면 25일 저녁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전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다. 라운딩에는 원로 골프선수 아오키 이사오(靑木功)도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헬기를 타고 도쿄(東京) 료고쿠(兩國)에 있는 국기관으로 이동해 스모 경기를 관전한다.
격투기 애호가인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아베 총리가 마련한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 제작한 '트럼프 배(杯)'를 우승 선수에게 수여한다. 스모 씨름판(도효·土俵) 위에서 어떤 '쇼맨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두 정상은 스모 경기장을 나와서는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六本木)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 '로바다야키'에서 만찬을 함께 한다. 어패류나 고기, 야채 등을 손님 앞에서 직접 화로에 구워주는 곳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친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만찬 장소로 낙점됐다.
셋째 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왕궁(황거)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만난다.
두 정상은 오전 중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에 있는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에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의 가족들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저녁에는 일왕이 주최하는 궁중만찬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요코스카(橫須賀) 해상자위대 기지에서 이즈모급 호위함(구축함)인 '가가'(かが)에 승선해 미일 간 군사적 동맹을 과시한 뒤 오후에 일본을 떠날 계획이다.


◇ 무역문제 갈등 예상…北문제 이견으로 공동성명 안 낼 듯
북한 문제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은 24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자신의 방침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할 계획이라며 두 정상이 북한이 지난 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둘러싸고 대응 방침을 서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는 아베 총리는 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뢰 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온도차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 정상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무역 문제다.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일 기간 일본에 대한 무역 압박 강도를 높이고 이를 자국 유권자들에게 적극 알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베 총리는 무역 관련 의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릴 경우 자국 내 정치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만큼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근함을 강조하며 이를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불쏘시개로 이용할 속셈이지만, 자칫 무역 문제 때문에 이번 회담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밀월 속 줄다리기 격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육류 업계와 농가가 미중 무역마찰로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일본의 농산물 관세 인하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회담이 끝나자 마자 "일본은 자동차를 낮은 관세로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이 수출하고 싶어하는 농산물을 일본은 사지 않는다"고 불평을 쏟아낸 바 있다.
마이니치는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 부담 문제도 이번 회담의 불씨라고 소개했다.



◇ 트럼프 경호에만 2만5천명 동원…'과잉 접대'에 비판 여론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일본 경시청은 2001년 동시다발 테러 발생 때 이후 가장 많은 2만5천명의 경호 인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당시 동원된 인력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 왕궁, 스모 경기장 등을 방문하며 활발하게 이동하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불편은 커진다.
경시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는 하네다공항과, 도쿄 도심 주요 역의 유료 사물함을 비우고 쓰레기통을 폐쇄했다. 왕궁 주변에는 드론 테러에 대비한 '무인항공기 대처부대'를,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에 따라 테러대책 초동대응부대를 각각 배치할 계획이다.
도심 곳곳의 도로도 통제돼 경시청은 홈페이지의 우회로 안내를 참고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과 관련해서는 '과잉 접대'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스모팬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모 씨름판의 바로 앞인 '마스세키(升席)'에서 '양반다리'로 앉는 관례를 깨고 의자에 앉아서 관전할 계획인데, 이에 대해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자 위 관전이 전통에 어긋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원들로 인해 다른 관객들이 마스세키에서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스모팬들은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잇달아 일본으로 초청해 우애를 과시하면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기 끌어올리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도쿄신문은 지난 22일자 지면에 아베 정권이 겉보기와 달리 미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는 척만 하는 외교'를 하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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