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이 정한 보상체계에 대한 분노가 촛불집회로 이어진 듯"
한국장학재단 심포지엄서 강연…퇴임 후 첫 공식 행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개혁은 '더 가진 사람', '더 배운 사람'의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장학재단 창립 10주년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강연 제목은 '대한민국 교육의 유쾌한 반란'이었다.
김 전 부총리가 작년 12월 퇴임 후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본인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그는 공직생활 중 장학재단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단이 올해 시작한 중고생 대상 꿈사다리 장학금 시범사업도 김 전 부총리 재직 때 복권기금 활용이 결정돼 빛을 볼 수 있었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외국 연수 기회를 주는 파란사다리 사업은 김 전 부총리가 아주대 총장 때 만든 '애프터 유'라는 프로그램이 모태다.
이날 김 전 부총리는 기재부 차관 때 중학교 교사의 편지를 받고 형편이 어려운 강원도 한 중학교 학생들을 몰래 만나 격려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교육이 사회적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됐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킹핀'으로 자원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지 정하는 '사회보상체계'와 이 체계의 형태를 결정하는 '거버넌스'를 꼽았다. 킹핀은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맞혀야 하는 5번 핀을 말한다.
김 전 부총리는 "사회지도층이 정한 보상체계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분노와 (보상체계를) 바꾸려는 열망이 촛불집회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기득권 카르텔의 지대추구 행위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계층이동이 단절되면서 그것이 다시 사회자본 축적을 방해하고 갈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은 다음 세대에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미국 학자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말을 인용하며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총리는 "교육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교육개혁은 교육계에서 이뤄질 수 없고 전체사회 차원에서 생각돼야 한다"면서 "개혁의 첫걸음은 (현 체제를 만든) 더 가진 사람, 더 배운 사람의 처절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 강연에 이어서는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의 '학생 성공을 위한 대학혁신', 김영철 서강대 교수의 '대학재정 관점에서 본 학자금 지원제도', 우명숙 한국교원대 교수의 '중등교육 학자금 지원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와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이장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재단이 설립된 이후 총량적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학이 학령인구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학생이 도처에 있다"면서 "중고생 꿈사다리 장학금도 대학생 지원만큼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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