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위해 파격 인센티브 제시
우선협상 대상에 예탁결제원…타 입주기관 내심 신경전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금융중심지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고자 파격적으로 제시한 '20년 무상임대'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부산 금융중심지에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를 위해 최근 '부산국제금융센터 랜드마크 공간 특별 장기 무상임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입주하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꼭대기 층을 20년간 장기 무상임대로 내주겠다는 제안이다.
여기에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은 50% 감면하고 재산세는 5년간 면제하는 혜택까지 제시했다.
입주 대상은 외국계 금융회사로 하고,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나 해양금융기관에는 입주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운 데는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이 올해로 10년을 맞았지만, 외국계 금융기관 입주가 한 곳도 없어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은 물론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2월 열린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식에서 "외형만 금융중심지이지 속내를 보면 외국계 금융회사 하나 없는 고립된 섬"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 등 분발을 촉구했다.
부산시는 오 시장의 주문과 더불어 5년째 비어있는 BIFC 63층 꼭대기 층 활용방안을 마련하고자 이번에 파격적인 입주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사업이 간접 임대 방식이어서 일각에서 논란이 인다.
BIFC 꼭대기 층을 기존 BIFC 입주 공공기관 한 곳에 분양하고, 분양받은 기관이 공간 일부를 외국계 금융기관에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돼 BIFC 자산관리회사인 부산파이낸스센터AMC, 부산시 등과 분양 협의를 벌이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63층을 매입해 전체면적의 70%는 직접 사용하고 나머지 30%는 외국계 금융기관 입주 공간으로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금융기관 3곳 정도가 입주한다고 할 때 1개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60여㎡에 불과하다.
이렇게 될 경우 비좁은 사무공간 탓에 입주하더라고 기관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분점이나 사무소 정도에 그칠 것으로 지역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번 특별분양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 부산 금융중심지 랜드마크인 BIFC 꼭대기 층을 차지할 공산이 커지자 입주 공공기관 내에서 묘한 신경전이 일고 있다.
2014년 입주 당시에도 전망이 좋은 고층을 차지하기 위해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던 전례가 있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가장 높은 50∼62층에 자리 잡았고, 이어 한국자산관리공사(40∼47층), 한국예탁결제원(36∼39층), 남부발전(30∼35층), 주택금융공사(23∼27층) 순으로 고층을 차지했다.
이번에 분양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예탁결제원이 분양가 120억원을 호가하는 꼭대기 층을 차지하게 된다.
BIFC 입주 공공기관 한 인사는 "예탁결제원이 어떻게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며 "꼭대기 층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역시 여력이 있는 기관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분양에 다른 기관들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예탁결제원은 현재의 비좁은 사무공간 문제를 해소하고자 처음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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