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서 PVV 유럽의회 의석 4석→1석으로 감소 예상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반(反)난민·반(反)이슬람을 공개석상에서 거침없이 주장해온 네덜란드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투표가 끝난 뒤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PVV는 전날 선거에서 네덜란드의 유럽의회 의석 26석 가운데 단 한 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빌더르스 대표가 유일한 당원인 `1인 정당' PVV는 지난 2014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4석을 차지하며 '바람'을 일으켰고, 2017년 3월에 있었던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전체 150석 의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하며 제2당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얻는 PVV의 득표율은 4.1%.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 때 득표율 13.3%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빌더르스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더 많은 의석을 희망했지만, 불행하게도 PVV는 (유럽의회) 의석을 잃게 됐다"면서 "우리는 유럽의회에서 이 의석을 갖고 유럽의 동료들과 함께 EU라는 괴물, 이슬람, 대규모 이민에 맞서 더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반(反)이민을 내세워온 우파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인 '민주주의를 위한 포럼'(FvD)은 처음으로 유럽의회 의석을 3석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FvD는 앞서 지난 3월 20일 실시된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며 단번에 연방 상원 75석 가운데 12석을 확보했다.
네덜란드는 상원 의원 전원(75명)을 지방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하기 때문에 지방선거 결과가 상원 구성도 결정하게 된다.
FvD에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이끈 더크 얀 에핑크는 "출구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유럽의회선거의 최대 승자"라면서 "우리는 한 석도 없다가 이번에 3석을 확보했다. 아주 훌륭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정치권의 '반(反)이민'의 상징성도 PVV에서 FvD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PVV 몰락의 전조는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이미 나타났다.
당시 PVV는 지방선거 득표율 저조로 상원 의석을 종전 9석에서 5석으로 절반 가까이 잃었다.
PVV와 빌더르스 대표의 잇단 선거 참패는 그의 노골적인 반난민·반이슬람 정책이 유권자의 반발을 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빌더르스 대표는 그동안 잇단 반이슬람 발언으로 인해 이슬람교도의 '공공의 적'이 됐고, 유권자들도 등을 돌렸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 총선 때 자신의 경호를 맡았던 경찰관이 유세 지원 일정을 범죄조직에 유출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한때 선거 지원을 중단했었다.
또 그동안 테러 위협을 받아 수년 동안 경찰의 24시간 신변 보호를 받아 왔으며 지난 3월 초 지방선거 유세 때도 '도끼 테러'를 당할 뻔했다.
작년 8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발생했던 흉기 테러 용의자도 빌더르스 대표의 이슬람 모욕을 자신의 범행 동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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