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화장품을 주문했다.
제품을 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일반 온라인몰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이어서 선뜻 구매를 결정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A씨는 "아이디어 상품도 많고 가격도 적절해 물건을 산다는 생각보다 작지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종종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 배송, 내일 배송, 3시간 배송 등 유통업계가 치열한 배송 속도전을 치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주문 후 한 달을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새로운 소비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일정 기간 특정 제품을 주문할 고객을 미리 모은 뒤 목표 금액이나 수량을 달성하면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을 덜고 각종 수수료를 낮춰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생산 비용을 미리 마련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신생브랜드 제품이 많은 대신 아이디어 상품이 많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정수기나 운동기구처럼 대량 생산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제품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시대에 배송은 느리지만, 거품 없는 가격과 만족할만한 품질, 희소성 있는 제품을 내세운 '역발상'이 통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선보이는 업체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문을 연 온라인 펀딩 플랫폼 '하고'는 올 1분기까지 펀딩 상품 거래액이 지난해 전체 거래액의 54%를 돌파했다. 높은 성장세에도 반품률은 0.9%에 불과하다.
대표 상품인 하고백의 경우 지난달까지 40차례가량 리오더 됐고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2년 5월 설립된 와디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리워드형 펀딩 액이 2016년 35억원에서 2017년 12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392억원까지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처럼 뜨겁자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속속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SSG닷컴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우르르'를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서비스 시작 초기 16%에 불과했던 펀딩 성공률은 현재 50%까지 올라섰다.
2020년까지는 8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3월에는 해외 패션 브랜드 상품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미리 구매할 수 있는 '프리오더'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고 오는 30일에는 프리오더 전문관을 열기로 했다.
11번가도 지난달 중소 브랜드의 경쟁력 있는 화장품을 소개하는 펀딩서비스 '뷰티 투게더'를 통해 5개 브랜드 상품을 선보여 목표 수량의 2배가량을 판매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기다림도 감수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배송은 느리지만 흔하지 않은 고품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