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이후 첫 거론…"논의 준비돼, 카운터파트들에 협상 청하고있어"
北의 대미압박 속 유연성 발휘 가능성 주목…제재 등 압박기조는 유지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며 '북미대화 불가'를 경고한 데 대해 협상에 여전히 열려있다며 대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사안들에 대한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언급, 주목된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조미(북미)대화는 언제 가도 재개될 수 없으며 핵 문제 해결 전망도 그만큼 요원해질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한 형식을 통해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의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 고수와 일방적·비선의적 태도'에 돌리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협상에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두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해온 대로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와 같은 목표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의 카운터파트들에게 계속해서 협상을 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이 지난해 1차 6·12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합의 사항은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유해 송환 등 4가지로, 트럼프 행정부가 '동시적·병행적'이란 표현을 꺼낸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로는 처음이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는 건지 주목된다.
앞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는 지난 1월말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우리 역시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지킨다면 두 정상이 지난여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FFVD 약속 이행'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재확인했던 '단계적·동시적 이행' 원칙과 연결지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측은 2월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일괄타결식 빅딜론을 강조해왔고, 비건 특별대표도 3월초 "점진적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 '빅딜론'으로 회귀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다시 '동시적·병행적 진전'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낸 것을 두고 북한이 대미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의 두차례 발사와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 등으로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 궤도 이탈을 막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견인함으로써 현 교착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다만 '빅딜론' 자체에서 물러섰다기보다는 '선(先) 비핵화 - 후(後) 제재완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로드맵 안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맞는 상응 조치 조합들을 배치, 일련의 과정을 진행해갈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21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지체 없는 반환을 촉구하자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견지,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며 압박과 관여의 강온 병행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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