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결국 6월 국회로…국회 파행 장기화에 민생입법 '실종'

입력 2019-05-26 06:00  

추경, 결국 6월 국회로…국회 파행 장기화에 민생입법 '실종'
여야 3당 '호프타임'에 국회 정상화 기대감 커졌지만 이견 그대로
5월 국회 결국 못 열듯…6월 국회 열려도 일정 합의까지 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슬기 기자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민생입법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 교체 직후인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지난 20일 '호프타임'을 갖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인 여야 3당은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수차례 회동에도 이견만 확인했다. 26일 현재 확인된 유일한 공감대는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어 국회 정상화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놓였다.
민주당은 당초 여야 합의로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27일께 정부로부터 추경에 대한 시정연설을 듣고 심사에 착수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추경을 처리하는 시간표를 그려왔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이 없어 5월 마지막 주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적'이 일어난다면 5월 마지막 주에 국회를 열어 추경 시정연설을 잡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과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간다고 봤는데 갑자기 황당한 수준의 요구를 해오니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닌 이인영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 정도에다가 '선거법 개정의 합의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수준의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는 당내 의원들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야 협상의 난맥상을 시사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지난 호프 회동 이후 이 원내대표로부터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협상을 위한 접촉이 없다"며 "여당이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짝수 달에는 자동으로 임시국회를 열게 돼 있어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지 못해도 다음 달 1일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그러나 여야가 구체적인 일정과 법안 처리 문제를 신속히 합의하지 못하면 6월 임시국회 역시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대한 야당과 견해차를 좁혀 6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경 심사에 착수해 처리까지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을 교체하려면 시간이 걸려 추경 심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추경 처리 완료 때까지 현 예결위원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추경 심사가 급하다면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결자해지부터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예결위원 임기를 당분간 연장하는 문제 등도 차후의 일로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추경 심사에 앞서 국회 정상화가 되는 게 먼저"라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에 국회로 복귀할 명분을 먼저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로만 국회 정상화가 급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진통 끝에 추경 심사 일정을 확정한다 해도 심사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돼 처리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재난 대응·경기 대응 추경안 전체를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이 중 재난 대응 예산 2조2천억원만 따로 떼어 내 '분리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32일째 국회에 잠들어있는 추경안이 처리되려면 결국 국회 정상화와 직결된 제반 여건에 대한 합의, 추경 심사 방향 접점 도출 등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후 본회의 통과까지 45일이 걸린 2017·2018년 추경안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안 이외에도 먼지 쌓인 민생법안은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유치원 3법은 상임위원회 심사 기간인 6개월이 거의 끝나가지만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역시 이미 처리가 필요한 시기를 한참 지나쳤다.
'타다' 서비스를 둘러싼 각계 설전 등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한 각종 사회적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택시업계 지원책 등을 통해 이를 조율할 택시·카풀 관련 입법도 기약이 없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산적한 민생법안을 외면하고 싸움을 이어가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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