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00년 뒤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썼다"

입력 2019-05-26 10:59  

한강 "100년 뒤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썼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원고 전달식…"신작 장편, 늦어도 12월엔 출간"

(오슬로[노르웨이]=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글에 대한 생각만 했어요. 100년 뒤에 공개될 것이라고 해서 특별한 내용을 쓰지도 않았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어요."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2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에 전달한 소설가 한강이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들을 만나 밝힌 소감이다.
약 100년 뒤에 사람들에게 공개될 소설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고민이나 작위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지난 2014년 시작한 미래도서관 사업은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미래도서관 숲'에 100년간 심어둔 나무를 사용해 오는 2114년 출판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한강은 다섯 번째이자 첫 아시아 작가다.
한강은 "보통 책을 완성하게 되면 그 책과 작별하는 것이다. 작별하는 동시에 독자를 만나게 되니까 그냥 작별만은 아닌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작별했는데 지금 살아 있는 어떤 사람과도 만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물론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아마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개한 소설 제목 '사랑하는 아들에게' 외에 작품의 분량, 내용 등 어떤 것도 외부에 알릴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작가들이 한 줄씩 제목을 얘기하니까 100년이 지나면 백 줄의 시처럼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최근 재단 측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발표한 소감문에서 '100년 동안의 기도'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묻자 "만약에 기도라는 것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무언가 애써보려는 몸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도 그런 기도이고, 100년 동안 죽고 태어나는 많은 사람이 계속해나가는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종이책의 운명에 관심이 많다. 책이 가장 사랑하는 사물 중에 하나"라며 100년 뒤에도 종이책이 남아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한강은 '눈'을 주제로 3편의 중편을 묶은 3부작 형태의 장편소설을 현재 준비 중이라며 "마지막만 쓰면 되는데 쉽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다. 바라건대 여름까지 끝내서 늦어도 12월에는 출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소설'이란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한참 고민한 끝에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의 중심에 다다르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했다.
문단에 한 획을 그은 부친에 대한 부담감은 이제 없다고 했다. 한강은 잘 알려진 대로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처음에는 그런 부담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부담감보다는 아버지가 건강하시면 좋겠네요. 그런 부담은 시간 속에서 다 지워져 버린 것 같아요."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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