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중도 좌·우파 과반 붕괴, 집행위원장 선출에도 영향?

입력 2019-05-27 09:19  

유럽의회 중도 좌·우파 과반 붕괴, 집행위원장 선출에도 영향?
EPP 집행위원장 후보 베버, EU 정상들 반대 직면 가능성 커
바르니에·라가르드·게오르기에바 등 대안 거론…첫 여성 위원장 나오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 계열이 대약진하면서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정치권을 지배해온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그룹과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당(S&D) 그룹의 '과점체제'가 붕괴할 것이 확실시되는 등 상황변화가 생긴 만큼 여파가 따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일단 EPP는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많이 잃었지만 제1당의 지위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EPP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선출돼 이번 선거를 총괄해온 만프레드 베버 '대표후보'(슈피첸칸디다텐)가 집행위원장 후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음은 틀림없다.
EU의 헌법 격으로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EU 정상회의는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할 후보를 결정할 때 유럽의회 선거 결과와 연계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EU 회원국 정상들은 오는 28일 비공식 회의를 시작으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은 독일 출신으로 EU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EU 정상들은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자동 추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의 정상들은 이미 슈피첸칸디다텐 제도에 따라 정상들이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하는 데 대해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메르켈 총리처럼 EPP에 속한 다른 EU 회원국 정상들도 베버 후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겠지만 28개국 EU 정상 가운데 EPP 소속은 3분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 47세인 베버 후보는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 때 슈피첸칸디다텐을 거쳐 집행위원장에 오른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에 비해 EU 사회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행정부는 물론 EU 집행위에서 활동한 경력도 없다.
융커 위원장도 지난 2014년 당초 메르켈 총리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그를 설득해 지지를 얻어냈다.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은 이번 선거에서 EPP가 의석을 꽤 잃게 돼 발언권도 더 약해져 EU 정상들의 반대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브뤼셀 정치권에선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이 낙마할 경우 프랑스 출신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우선 후보로 거론된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EU 집행위원을 지냈고, 지난 2014년 EPP에서 융커 위원장과 슈피첸칸디다텐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경력이 있어 이미 검증된 후보라는 평이 나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벨기에 일간지 '르 스와르(Le Soir)'와의 인터뷰에서 바르니에 수석대표에 대해 "대단한 자질을 가진 사람", "영국과의 협상에서 자질을 입증했던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도 대안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EU 집행위원을 지낸 게오르기에바 CEO는 여성으로 EPP 그룹 이외에서도 좋아할 인물이자 동·서유럽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같은 여성인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유력한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집행위 내에도 지지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4년 융커 집행위원장의 선출을 도운 '킹 메이커'로 알려진 마틴 셀미어 EU 집행위 사무총장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외교가에 나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보로도 거론된다.
또다른 여성인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EU 집행위원장 또는 차기 EU 정상회의 의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EU 내부에선 집행위원장이나 EU 정상회의 의장 중 한 자리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여성 후보들이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의 대타로 많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EU 정상들은 오는 28일 비공식 회의에서 곧바로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막후 논의를 통해 오는 6월 20일, 21일 예정된 정례 EU 정상회의 때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공식 선출되는 만큼 EU 정상회의는 인준투표 가결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두고 후보를 낙점해 추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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