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죽음 멈춰야"…시민단체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입력 2019-05-27 11:11  

"일터의 죽음 멈춰야"…시민단체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수많은 죽음 이후 개정된 법…하위법령엔 '위험의 외주화' 대책 결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청년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생명안전 시민넷 등 10여개 단체는 2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수 있도록 산안법 하위법령을 전면 수정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매년 2천400명씩 일을 하다가 죽는다.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떨어짐, 끼임 등 예방 가능한 사고로 인한 사망이 줄을 잇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는 일상이 되었고, 낮은 일자리에서 이 나라를 지탱하는 사람들이 일하다 죽음을 당한다"며 "사람을 죽이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법(산안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을 "수많은 죽음을 가슴에 묻고 이를 발판삼아 개정된 법"이라고 일컬으며 정부가 발표한 하위법령이 법 개정 취지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씨, 지하철 구의역에서 사망한 '구의역 김군' 등과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을 대책이 결여돼 있고,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 상황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산안법의 구체적 행동 지침인 시행령, 시행규칙에는 위험의 외주화를 도려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주 적은 범위에만 법이 적용되도록 하위법령이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안법은 사람을 살리는 법의 기초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위험의 외주화를 직시하고 사람을 죽이는 기업은 더 강력하게 처벌하겠다 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는 "정부는 산안법 하위법령을 노동의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작가는 "정부가 입법 예고한 하위법령은 모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모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 집행력을 무력화시켜서 법 전체를 공허하고 무(無)내용한 작문으로 전락시켜 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서 인격을 실현하고 생애를 건설하고 국가를 지탱시켜주고 역사를 진전시킨다. 국가는 노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년전태일, 특성화고졸업생노조 등 노동 관련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끝낸 뒤 산안법 하위법령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재 입법 예고된 하위법령은 법 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안법 시행령을 제대로 개정하려면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에는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간호사들의 모임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등이 참여해 여러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재 사고를 소개하고 대책을 함께 논의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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