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알고리즘 새로 개발…지구급 행성 탐색 전기 마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독일 천문학자들이 다른 과학자들이 이미 훑고 간 관측 자료에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외계행성을 18개나 새로 찾아내 작은 외계행성 탐색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태양계연구소(MPS)에 따르면 이 연구소의 레네 헬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 자료에서 지구급 외계행성 18개를 새로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케플러 망원경이 2013년 자세 제어장치 고장 뒤 관측한 'K2 임무' 자료 중 하나 이상의 행성이 확인된 517개 항성을 대상으로 새로 개발한 외계행성 탐색 알고리즘을 적용해 재분석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른바 '천체면 통과(transit)' 방식을 이용한다.
덩치가 큰 행성은 별 앞을 지날 때 줄어드는 별빛이 비교적 확실히 드러나지만 지구급의 작은 행성은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관측했다고 해도 일반적인 별빛 변화와 구분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4천여개가 대부분 목성이나 해왕성급 이상의 대형 가스행성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외계행성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이는 태양계에서 지구와 비슷하거나 작은 행성이 수성과 금성, 화성 등 절반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도 불균형적이다. 이때문에 지구급 외계행성이 우주에 무수히 있지만 관측 능력이 떨어져 찾지 못하는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특히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구급 행성은 외계행성 탐색의 목표가 돼왔으며, 그런 점에서 외계행성 탐색은 아직 변죽만 울려온 셈이다.
연구팀은 외계행성 탐색 알고리즘이 별빛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지구급 행성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새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줄어들다가 중앙에 이르러 가장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는 곡선형을 보이는 것을 반영해 탐색 알고리즘을 다듬었다.
그 결과, 지구 두 배 크기의 행성에서 지구의 69%에 불과한 작은 행성에 이르기까지 앞선 연구에서 놓친 18개의 지구급 행성을 찾아냈다.
이 중 적색왜성을 도는 EPIC 201238110.02는 별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goldilocks)' 영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17개 행성은 별에 너무 붙어있어 표면 온도가 100~1천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새로운 탐색 알고리즘이 별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을 찾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지구 크기의 행성을 찾는데 있어 진일보한 방식이라면서 이미 분석이 끝난 케플러 망원경 관측 자료에서만 100개 이상의 지구급 행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 방식이 2026년 유럽우주국(ESA)이 태양계 밖 항성계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할 계획인 '플라톤(PLATO)'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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