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기자회견…면접 내용 공유·현장 물청소 등 정황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작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을 발전소 측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7일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특조위는 "최근 발전소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일부 발전사나 주요 협력사가 본 위원회 위원들의 조사 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거나 방해한 사실이 문서나 현장 노동자 진술 등에 의해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경우 발전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명 자료 형식의 '모범 답안지'가 배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사가 설문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미리 정하고 노동자가 이에 따라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특정 부서 혹은 팀 단위로 모범 답안지에 근거해 조직적으로 답변을 작성한 정황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면담 조사에서는 특정 협력사가 면담 내용을 보고서 형식의 문건으로 만든 뒤 업체간 공유하는 방식으로 조사에 미리 대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협력사 관리자들은 면접을 마친 노동자에게 면접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 보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현장 실사 조사의 경우, 협력업체가 낙탄 청소를 하거나 소방 호스로 물청소를 해 실제 작업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 것으로 특조위는 파악했다. 현장 조사 때 컨베이어 가동을 정지하는 등 정상적인 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조위는 이에 대해 "본 위원회 조사 활동의 객관성과 독립성, 그리고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조사 개입 및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3일 본 위원회는 조사 활동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계획된 조사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특조위는 ▲ 발전사의 조사 개입과 방해 의혹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 파악 ▲ 조사 개입과 방해 행위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징계 등 조치 ▲ 발전사의 대국민 사과 ▲ (조사 개입과 방해 의혹에 대한) 발전사의 제보자 색출 및 불이익 시도 금지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특조위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달 3일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출범한 기구로, 태안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전국 12개 화력발전소의 안전보건 실태 등을 조사 중이다.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비롯한 16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고 활동 기간은 오는 7월 31일까지 4개월이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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