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 장악…대여 투쟁 속에 당 내홍 수면 아래로
다양한 목소리 사라졌다는 비판도…"공천권 행사 대표에게 쓴소리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동환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에서는 '계파 갈등'이라는 말이 잘 들려오지 않는다.
1년 전만 해도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양 계파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죽기 살기'로 충돌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당 내홍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해소된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된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인식되면서 현재까지는 뚜렷한 대항마가 없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27 전당대회에서 50.0%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다 보니 당내에서 황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황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 역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계파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황 대표가 각 지역을 순회하며 벌인 민생투쟁 대장정과 6차례 진행한 장외집회에도 당 외부적으로는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소속 의원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결집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기간 전례 없이 강하게 대여 투쟁을 전개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었다.
한 중진의원은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계파 대립은 거의 소멸한 것으로 본다. 의원들 자체가 이제는 단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황 대표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대부분 의원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황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다양한 목소리도 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계파 갈등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위기도 조성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당시 이회창 총재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당내 분위기가 경직됐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한 의원은 "한국당이 정통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이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보수라는 큰 틀에서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는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변이 없는 한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게 확실한 상황에서 황 대표에게 줄을 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해봤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해봤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계파는 없어지고 '황파'(황교안파)만 생긴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 당내에 영남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황 대표가 수도권이나 중도 성향 유권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확하게 모른다는 지적도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영남 지역과 수도권 지역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 상태로 가면 한국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당 지도부가 수도권 의원들의 절박함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면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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