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회담하고 브로맨스 과시했지만 무역문제엔 '정색'
"무역 불균형, 일본의 이익 돼…일본, 무역장벽 없애야"
아베 총리는 수치 언급하며 日기업의 美경제 기여 강조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무역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적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크다며 일본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 후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아베 총리와 함께 참석해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일본과는 수년 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무역의 불균형이 있어서 일본의 이익이 돼 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매우 엄중한 입장에 서 있다. 하지만 나는 일본과의 (무역)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두 나라는 양국 간 무역협상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지향하고 있다"며 "우리측 목표는 일본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일본에 대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 무역장벽을 없애야 한다. 무역협정 협상에서 조만간 몇 개의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은 대량의 무기를 미국에서 구입하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최고의 무기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은 그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동감"이라고 무기 구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거의 모든 무기를 미국에서 구입하고 있으므로 무역적자의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중 자동차 문제가 안보상 위협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모든 것은 대차대조표 같은 수지(收支)의 문제"라며 "7천160억 달러의 군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입이 필요해진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된 뒤 많은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거나 실제로 건설하고 있어 전례 없는 액수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무역 압박 발언은 방일 기간 내내 아베 총리와 골프장과 스모 경기장, 일본 전통식당 등을 함께 돌아다니며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아베 총리를 배려해 7~8월 중 열릴 예정인 참의원 선거까지는 무역협상의 결론을 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정색한 채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일본 기업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조했지만, 무역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발언을 들어야 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3시간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열렸다. 두 정상은 통역만을 대동한 단독 회담, 관계 각료들을 포함한 확대 회담, 오찬을 겸한 회담을 잇달아 진행했다. 기자회견 역시 짧지 않은 40분간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일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미일 동맹에 대한 '립 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의 안정과 번영의 기초"라며 "이 아름다운 국가를 다시 방문해 새로운 일왕이 즉위한 후 첫 국빈으로 따뜻한 환영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전통을 가진 왕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었다. 나루히토 일왕이 아버지의 전통을 잇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날 스모 경기 관람과 관련해서는 "줄곧 스모를 보고 싶었다. 리키시(스모 선수)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강했다.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배를 챔피언에게 수여할 수 있어서 감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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